[전문기자 칼럼] 사법부에 휘둘리는 사내하도급

입력 2014-10-01 21:00   수정 2014-10-02 04:01

윤기설 < 좋은일터연구소장 노동전문기자·경제博 upyks@hankyung.com >


[ 윤기설 기자 ] 최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200여명을 원청인 현대차 소속 근로자로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법부가 파견법을 마치 도급금지법처럼 과잉 해석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도급계약에서 비롯되는 근무시간, 작업속도 결정 등 최소한의 지휘명령권도 인정하지 않고 도급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업무협조 및 지시를 파견의 노무지휘로 간주했다. 또 사내하도급업체가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 독립된 사업시설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불법파견으로 봤다. 자본과 기술을 모두 갖춰야 적법도급이란 얘기다. 여기에 현대차와 부품생산 및 물류계약을 맺은 물류사의 하도급근로자(2차 하도급)까지도 현대차와 불법파견계약 관계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도 하청근로자에 대한 노무지휘권 행사로 판단했다.

선진국선 제조업 파견 허용

사내하도급은 전 세계 제조업체에서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다. 경직된 한국의 고용법제 아래에서 기업들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내하도급 활용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에만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몰아갈 경우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독일과 일본은 제조공정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해 경쟁력 강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드는 독일 BMW 라이프치히공장에는 정규직 3400명과 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 등으로 비정규직이 절반 넘게 일하고 있다. 미국 GM과 세계 자동차 판매시장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 도요타 역시 생산라인에 파견근로자가 투입되고 있다. 2009년 현재 도요타의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27%에 달하는 1만8200명이다. 이 중 기간제가 9200명, 파견직이 9000명이며 기간제 대부분과 파견직 일부가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고용유연성이 확보된 일본 독일 미국 기업들과 한쪽 손을 묶인 채 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새민련은 사법부 2중대?

분배를 강조하며 이념화·정치화되는 사회 분위기가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마치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해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인정받는 시대적 흐름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좌파적 사회 분위기를 이끄는 야당은 벌써부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은수미 장하나 이인용 등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현대차가 고법에 항소하거나 직접 고용을 미루면 국정감사에서 최고경영자 등을 증인으로 소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법부의 3심제 원칙을 완전 무시하고 원심 판결을 이행하라며 현대차에 압력을 가한 것이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원들이 염치 없이 사법부의 원칙을 무시하라며 튀는 행동을 일삼는 게 요즘 우리 사회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의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이유다.

파견근로가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 판결이 상급심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이란 인식을 심어주어선 곤란하다. 적법한 사내하도급은 인정돼야 하고 더 나아가 관계법령 손질을 통해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 불법파견 시비를 없애야 한다.

윤기설 < 좋은일터연구소장 노동전문기자·경제博 upyks@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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