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식회계로 손실…회계법인도 연기금에 배상해야"

입력 2014-10-10 00:52   수정 2014-10-10 18:58

신텍 감사 맡은 삼일회계법인
감사 후 분식 드러나 주가 급락

법원 "전형적인 분식회계 수법"
업계 "감사책임 지나치게 물어"



[ 정소람/하수정 기자 ]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분식회계로 투자 손실을 입은 연금과 기관투자가들에 회사와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이 함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적 성격이 강한 연금들이 투자 피해에 대해 집단으로 제기한 첫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회계법인의 책임 한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이인규)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 등 연금과 우정사업본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HDC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이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한솔신텍(옛 신텍)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5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종문)도 같은 취지로 국민연금공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두 재판부가 배상하라고 한 금액의 합계는 신텍이 77억원, 삼일회계법인이 45억원이다.

앞서 신텍은 2007년께부터 특정 공사에서 본 손실을 다른 공사로 떠넘기는 등 손실을 과소 책정하는 방법으로 3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조작했다. 2008년부터 2011년 반기에 걸쳐 매 회계연도당 158억~394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과다 계상했으나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이 기간 꾸준히 ‘적정’ 의견을 냈다. 2011년 삼성중공업이 신텍 인수에 나서면서 회사 주가는 한때 2만4850원까지 급등했으나 삼성의 실사 결과 분식 의혹이 불거지면서 7000원까지 급락,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삼일 측은 “회사 측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회계 부정이 있거나 위조 기망 행위가 있을 경우 회계법인이 그런 사정을 밝혀낼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두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사32부 재판부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부정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나 가장 전형적인 분식회계 수법이고 회사가 관련 증빙자료를 위조한 것도 아니었다”며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었다.

이번 사건은 보수적인 성격의 연금들이 투자 손해를 입힌 회사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첫 단체소송이었던 만큼 관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텍의 소액주주들과 또 다른 투자자인 동양자산운용 등도 추가로 선고를 기다리고 있어 총 배상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고 측을 대리한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연기금들의 경우 국가의 재정지원정책 변경 등에 대한 우려도 있어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 손실 회복을 위한 소송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사법부가 기업의 경영 비리에 대해 감사인의 책임을 점차 무겁게 묻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분식의 1차적인 책임은 회사에 있는 것인데 감사인의 부실감사 책임만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소람/하수정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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