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충돌 겨우 면한 혜성 '사이딩 스프링'의 고향, 오르트구름은?

입력 2014-10-20 12:21   수정 2014-10-20 12:59

오늘 2014년 10월 20일 국내 인터넷에서 최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은 혜성이 꼽힙니다. 이름하여 ‘C/2013 A1’인데요. 일명 ‘사이딩 스프링’으로 불리는 이 혜성은 현재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의 핵심 키워드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상태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 따르면 이 혜성은 한국시간 이날 새벽 3시경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울 때 거리가 0.37AU, 약 5500만km 불과한 붉은 별인 화성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스치 듯’ 지나간 게 화제를 이룬 배경입니다.

이 혜성이 화성을 스칠 때의 상황을 수치로 살펴보면 속도는 초속 56km, 근접 거리가 13만9500km입니다. 화성과 혜성의 근접 거리는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로 불리는 38만4400km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우주의 거리로 볼 경우 ‘스치 듯’ 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입니다. 보통 골프들이 퍼팅을 해 볼이 홀컵 끝을 스칠 때 “김 한 장 차이로 지나갔다”고 비유하는데 이 정도 수준으로 보입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혜성 사이딩 스프링은 지난해 2013년 1월 호주의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화성 접근 거리가 ‘4만1300km’ (지구와 달의 거리로 따지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 경우 혜성이 화성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분석됐고요.

하지만 이날 결과를 보았 듯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궤도 계산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아마 충돌했다면 이 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겠지요.

아무튼 이 시간, 화성이라는 ‘홀컵’ 속으로 빠지지 않은 채 김 한 장차이로 지나 간 사이딩 스프링 혜성은 5일 뒤 25일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인 ‘근일점’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태양과 화성 사이의 평균 거리인 1.52AU 보다 안쪽인 1.39875AU로 분석됩니다. [1AU는 태양과 지구 간의 떨어진 우주거리를 말하며 약1억5000만km]

때문에 태양계 끝자락이자 미지의 세계인 ‘오르트구름’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는 사이딩 스프링이 근일점을 지날 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이딩 스프링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같은 곳 출신의 ‘태양 최근접혜성 Sungrazing Comet’인 아이손이 지난해 이맘 때 초속 393km속도로 근일점 [태양과 아이손 거리 116만8000km]해 통과하다가 ‘불나방처럼 산화’한 사례가 있었던 까닭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당시 “오르트구름이 고향인 아이손혜성 C/2012 S1이 한국 시간 2013년 11월 29일 새벽 3시 48분경 근일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태양의 열과 중력을 이기지 못해 파괴됐다” 밝혔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 두 혜성의 기원으로 분석하는 ‘오르트구름이 대체 무엇?’이란 의문이 생기는데요.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오르트구름은 지름이 5만AU (2분의 1광년)에 달하는 얼음으로 구성된 가상의 구를 뜻합니다. 네덜란드 출신 천문학자 얀 오르트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타우리 α Cen’까지 거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며 태양 중력이 미치는 가장 먼 곳으로 불립니다. 때문에 태양계의 경계라고 정의합니다.

오르트구름은 2개 성분으로 나뉩니다. 구형으로 이뤄진 외곽구름과 원반 형태로 된 내곽구름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물과 암모니아, 메탄이 섞인 얼음 (혜성 핵)으로 이뤄졌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천문학자들은 (46억 전) 태양계 형성 초기에 태양 부근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이 목성 같은 거대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밖으로 튕겨 나가 오르트구름이 되었으리라 추정합니다. 이날 화성을 스친 사이딩 스프링 같은 혜성이 태양계 형성 초기 비밀을 밝히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과학계가 말하는 이유입니다.

오르트구름에 관한 직접적인 관측 증거는 없지만 천문학자들은 오르트구름이 모든 장주기혜성Long-period Comets과 핼리혜성형 혜성 Halley-type Comets의 고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르트구름은 태양계에 중력적으로 느슨하게 구속돼 있는 탓에 근처를 지나는 항성이나 우리 은하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오르트 구름에 속한 혜성 핵들은 때로 이러한 영향에 의해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 태양계내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 때 태양의 빛과 열에 의해 기체와 먼저로 둘러쌓인 혜성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오르트구름을 말한 김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이 곳 출신으로 추정하는 또 다른 혜성이 내달 11월 12일 자정 무렵 국내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인간이 만든 우주선과 혜성이 역사상 처음으로 착륙하는데 성공했다”는 제목으로.

유럽우주청 ESA는 2004년부터 10년간 64억km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인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궤도에 들어간 [로제타는 9월 24일 현재 혜성에 28.5km 거리까지 근접]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파일리 Philae를 이 시간대 혜성으로 내려 보낼 계획 입니다.

파일리는 이 혜성에 착륙에 성공할 경우 표면에서 30㎝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한 뒤 그 데이터를 지구로 보낼 방침이고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67P/Churyumov-Gerasimenko는 오르트구름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하며 1969년 9월 11일 혜성에 이름이 달린 옛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이 혜성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공전주기가 목성과 비슷한 6년 반 정도. 흥미롭게도 이 혜성의 모습이 최근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선보인 초대형 고무오리 ‘러버덕’과 빼닮았다 (두개의 핵을 가진 것으로 추정)는 것입니다.

이 혜성은 1년 뒤 2015년 8월경 근일점에 도달할 것이란 추정입니다. 물론 이 혜성은 파일리를 자신 등에 꽂은 채입니다. 그리고 혜성의 상공에서는 로제타호가 동행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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