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합작 안해도 제철소 세울 수 있어
삼성·현대車도 현지 재무관리 회사 설립 쉬워져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정부가 철강 정유 제지 전자상거래 프랜차이즈 재무공사(계열사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 등 44개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79개인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 수를 절반 수준인 35개로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 중국법인은 향후 독자적으로 제철소를 세울 수 있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이 재무공사를 설립하는 것도 쉬워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4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외국인 투자 지도 목록’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외국인 투자 지도 목록은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와 관련해 △투자장려 업종 △투자제한 업종 △투자금지 업종 등 세 가지로 분류한 가이드라인이다. 발개위는 이 초안을 토대로 다음달 3일까지 의견수렴 및 수정작업을 진행한 뒤 최종안을 국무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초안에 따르면 발개위는 ‘외국인 투자제한 업종’을 79개에서 35개로 줄이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제한 업종이란 외국인의 투자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지분 규제가 있는 업종이다. 투자가 완화되는 44개 업종에는 철강 에틸렌 원유정제 제지 석탄화학장비 자동차전자부품 승강기 지선철도 지하철 해운 전자상거래 재무공사 등이 포함됐다. 이중 32개 업종은 ‘중국 기업과 반드시 합작(합자)해야 한다’는 조건이 해제되고, 나머지 12개 업종은 ‘중국 기업의 지분율이 50%를 초과해야 한다’는 제한이 사라진다.
중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대(對)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촉진하고,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낙후된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에 대한 FDI는 87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으로는 철강 분야가 꼽힌다. 현재 포스코 중국법인 지분은 한국 포스코가 100% 보유하고 있다. 충칭에 건설할 제철소는 충칭강철과 50 대 50 합자 방식으로 지어진다. 중국 정부가 2005년 자국 철강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인 지분 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함동은 포스코 중국법인 기획투자부장은 “그동안 제철소를 건설하려면 합작사를 물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외국인 지분 규제가 사라지면 기업활동이 한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중국 사업 규모가 큰 국내 대기업은 재무공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무공사란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대출 유가증권발행주관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으로 묶여 있어 설립이 쉽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규제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룽궈창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제지업 등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된 일부 업종은 중국 내 공급과잉이 심각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전자상거래업종은 중국 업체 알리바바가 이미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어 외국 기업이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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