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명품백 대신 명품통장②]3년차 사회초년생의 '통장 속살' 들춰보기

입력 2014-11-13 08:55  

[ 강지연/이지현 기자 ] 그곳은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화려한 조명과 흐드러지게 핀 꽃 장식 사이에 선 수십여명의 여자들은 정수리부터 새끼발가락 끝까지 힘을 준 상태였다. 입은 인사를 건네며 웃고 있지만 눈은 '1초 만에 위아래 훑기'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의 '부케녀'인 장하진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용실에 다녀온 티를 '팍팍' 내는 여신머리(굵은 롤로 만 긴 머리)는 바람에 휘날렸고, 이날을 위해 준비한 분홍색 원피스와 하이힐은 "나 신상입니다"를 외치고 있었다.

이날의 화려한 패션은 신부인 고등학교 동창생의 은밀한 부탁 때문이었다. "부케녀는 '신부 친구들의 외모 수준'을 대변하는 만큼 결혼식 날 패션에 신경을 써 달라"는 것.

신경을 쓴 만큼 하진 씨의 친구들은 '신상'을 한 눈에 알아봤다. 동시에 질투와 부러움, 칭찬과 조언 등이 섞인 오묘한 문장들이 쏟아졌다.

"독한 계집애, 너 요새 씀씀이가 왜 이렇게 헤프냐. 이거 새 구두지? 얼마 짜리야? 정말 예쁘다."
"이 원피스 전지현이 입은 'OOO' 브랜드지? '아카(아빠카드)' 긁은 거 아냐?"

친구들의 질문 세례에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며 웃어넘겼지만 하진 씨가 이날 선보인 신상 구두와 원피스는 온전히 '내 카드의 힘'으로 산 것이었다.

중 견 광고업체 3년차 사원인 하진 씨는 취업과 동시에 통장을 만들어 재테크 경력도 3년차가 됐다. 주거래통장 한 개와 일반 적금 두 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 한 개, 소득공제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 한 개 등 총 대여섯 개의 통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신상 원피스와 구두를 위해 적금 통장 하나를 추가로 만들어 3개월 전부터 택시비와 저녁 술값을 꼬박꼬박 저축했다.

"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번듯한 원피스 한 벌쯤은 있어야 친구 노릇을 톡톡히 하는 세상입니다. 무조건 소비를 안 하며 허리띠를 졸라맬 수 만은 없다는 이야기죠. 이럴 때 일수록 통장의 힘을 믿어야 해요. 이번에 새로 만든 통장으론 신상 원피스와 구두를 샀죠. 잘 만든 통장 하나는 '아카'나 '오카(오빠카드)' 부럽지 않죠."

월급의 60% 수준인 150만원을 일반적금에 100만원, CMA에 25만원, 소장펀드에 25만원씩 넣었다. 3년 동안 꾸준히 저금한 덕분에 현재 그녀의 전체 통장잔고는 5500만원 가까이 된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차곡차곡 저금한 뒤 남은 돈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소비 생활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다.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평소보다 큰 돈이 필요할 때에는 새로 통장을 만들고 목표 금액에 맞춰 소비를 줄였다.

하진 씨가 '적금'과 '소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 '재테크 백화점' 은행, 쇼핑하듯 가라

"저축의 첫 단계는 '은행과 친해지기'입니다."

하진 씨는 집을 기준으로 반경 2km 안에 있는 은행을 모두 꿰고 있다. 취업 합격 문자를 받은 이후 집 근처에 있는 은행을 한 곳 한 곳 다니기 시작한 결과다.

은 행을 다니는 것이 처음부터 편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은행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은행 창구 앞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렸다. 대기 번호표가 있는 줄 모르고 직원을 찾았다가 의도치 않은 새치기를 한 것이었다.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아 얼굴을 붉히며 발길을 되돌린 적도 있다.

'또 실수하면 어쩌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쩌지' 그녀의 긴장된 마음이 풀린 건 세 번째 방문했을 때였다. 은행 직원은 신입사원인 하진 씨에게 맞는 여러 가지 상품을 보여주며 나긋나긋 설명해줬다. 첫 상품에 가입하자 하진 씨는 은행에 가는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주변 은행들을 자주 찾으면서 한 은행 직원과는 특별히 친해지기도 했다. 은행 직원도 사람인지라 많이 보고 친숙한 단골 고객에게 '은행이 팔아야 되는 상품'이 아닌, '진짜 좋은 상품'을 귀띔해줬다.

생각보다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은행의 벽을 높게 생각한다. 해보지도 않고 금융, 재테크 등을 막연하게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은행은 일반 적금, CMA, 펀드, 주식연계상품 등을 파는 '재테크 백화점'이다. 재테크 3년차 하진 씨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듯 은행에 가보라"고 강조했다.

◎ 스물여덟이니까, '닥치고 은행'

한 국은행이 지난 달 기준금리를 연 2.0%로 인하했다. 지난 8월 0.25%포인트 인하한 후 2개월 만에 추가로 내린 것이다. 사회초년생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 같이 들리지만 하진 씨에겐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한 소식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은행 예·적금 금리도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 금리의 상품에 월 100만원씩 1년을 적금하면 16만5000원 가량을 이자로 받을 수 있지만 금리가 2%로 낮아졌을 경우 11만원이 채 안 되는 이자를 지급받는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적금 대신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해볼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도 결론은 '닥치고 은행'이었어요.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정성' 때문이었죠."

이 제 돈을 모으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에게 중요한 것은 원금 손실을 보지 않고 안전하게 돈을 모으는 것이다. 주식·부동산 투자와 같은 재테크는 저축을 통해 어느 정도 돈을 불린 후에야 도전해 볼 수 있다. '재테크의 기본은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저축'이란 것이 하진 씨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가 특히 안정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최근 하진 씨의 부모님이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 상품에 덜컥 가입했다가 한 증권사 '불완전판매'의 피해자가 됐다. 마음고생을 하며 회사 측과 싸웠지만 이자는 커녕 원금 보장도 못 받을 판이다.

은행의 예·적금은 크진 않지만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하며 원금을 보장해 준다. 게다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5000만원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내가 돈을 넣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내 돈 5000만원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예·적금 규모가 크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 고마운 법 중 하나다.

◎ 맞춤형 통장 만드는 비법은

"구두를 쇼핑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일단 내가 마음에 드는 구두 가게(은행)에 가서 마음에 드는 소재(통장)를 택하고, 굽 높이(금리)를 따져보죠. 구두 가게마다 특성이 다르고, 구두 소재가 각양각색인 것처럼 은행과 통장도 다 같지 않아요. 구두를 고를 때만큼 신중하게 통장을 쇼핑해야 하죠."

하진 씨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일반 시중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 어떤 은행을 쇼핑 카트에 담을까'였다. 보통 은행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과 같이 쉽게 볼 수 있는 시중은행을 말한다. 그런데 길을 걷다 보면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의 옷을 입고 있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보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중은행은 지점이 많은 만큼 스스로 통장을 관리하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죠. 반면 상호금융기관은 지점이 많지 않고 인지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어요. 전 회사와 가까운 시중은행 한 곳과 금리가 높은 비은행을 한 곳씩 카트에 담았어요."

통장을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예금과 적금이지만 하진 씨는 두 상품의 차이도 모르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통 예금은 기간을 정해두고 일정한 금액을 은행에 맡기면 그에 대한 이자 수익이 생기는 상품이다. 적금은 주기를 두고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넣는 상품을 말한다.

또 적금에는 돈이 있으면 더 넣고 없으면 덜 넣는 '자유적립식 적금'과 일정한 금액을 주기적으로 저축하는 '정액식 적금'이 있다. 급여 규모가 일정하지 않으면 자유 적금이 좋지만 하진 씨는 급여가 일정하고, 꼼꼼히 저축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적립식 적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다.

'맞춤형 통장 만들기'의 마지막 단계는 이름 붙이기다. 하진 씨의 다섯 개 통장에는 각각 이름표가 붙어있다. 일반적금 두 개는 '결혼자금용', CMA는 '여행용', '소장펀드는 '육아비용'이다. 결혼비용만큼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결혼자금용 통장에 넣고 있다. CMA로는 '대리직'을 달면 스스로에게 선물할 크로아티아 여행비용을 마련하는 중이다.

"각각의 목표를 설정해 놓고 단기 투자와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를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죠. 통장마다 목표가 있으니 돈을 모으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되죠."

◎ 젊으니까 우대한다

"나이가 스물여덟이네요. 연봉이 5000만원 미만이고, 잘 됐네요."

'지금 장난하는 건가. 돈 못 벌어서 잘 됐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지금 나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가.'

하진 씨의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들이 스쳐갈 때 즈음 은행 직원은 '소장펀드' 소개자료를 눈 앞에 꺼내놨다.

소장펀드는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연간 납입액의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은행에선 연봉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더 많은 혜택을 주기도 한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도 하진 씨가 하루라도 빨리 은행을 찾은 이유다. 일찍 저축을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 돈이 돈을 버는 '복리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 리의 개념이 어렵다면 '72의 법칙'을 기억하자. 쉽게 복리 이자 수입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원리금이 두 배(100%)로 불어나려면 저축기간과 수익률의 곱이 72%이어야 한다는 계산법. 예를 들어 수익률 4%짜리 적금을 들었을 때 원금 100만원이 200만원으로 불어나는데 필요한 저축기간은 18년(72/4)이다.

"내가 가진 돈이 불어나면 돈에 붙는 이자도 커져요. 저축기간이 길수록 목돈은 더 많이 모이겠죠? 빨리 시작할수록 좋아요. 젊은 나이와 적은 연봉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에요."

한경닷컴 강지연/이지현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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