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한화 회사채는 안 삽니다”..채권시장서 ‘한화 디스카운트’ 심화

입력 2014-11-28 09:14   수정 2014-11-28 09:21

실적 부진 겪는 한화케미칼, 이자 비싼 사모로 채권 발행
신용 강등된 한화건설, 2012년 이후 한 번도 수요예측 성공 못해..이달 말 만기 도래 물량은 현금 상환
케미칼·건설 실적 부진 탓에 지주사 ㈜한화 회사채도 미매각



이 기사는 11월24일(05: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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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화’ 이름이 들어간 채권은 사기가 꺼려져요. 주요 계열사들의 업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A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채권시장에서 ‘한화 디스카운트’(기업 신용도가 떨어지고 채권 이자 비용이 오르는 현상)가 지속되고 있다.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등 잇단 악재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케미칼, 공모 대신 사모로 채권 발행
한화케미칼은 지난 17일 1000억원어치의 4년 만기 회사채를 사모(私募) 방식으로 발행했다. 이 회사가 공모 대신 사모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투자적격 등급 10개 중 상위 다섯 번째)로, 그룹 내에서 한화에너지(신용등급 AA-)에 이어 신용도가 두 번째로 높다.

사모사채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 등의 공모 절차를 밟지 않고 증권신고서도 제출할 필요가 없어 기업 입장에선 발행이 간편하다. 그러나 통상 공모 회사채보다 발행 금리가 높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력인 태양광 사업 부문의 부진이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는 한화케미칼로선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케미칼은 올 3분기에도 23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시장 예상(351억원)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태양광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화 부문도 실적이 꺾인 탓이다. 게다가 태양광 사업은 주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실적 회복이 언제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기금·보험 등 보수적 투자자들로서는 실적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격이 떨어질(금리가 오를) 우려가 있는 채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1000억원의 회사채(만기 3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했을 때도 1200억원의 신청이 들어와 가까스로 모집금액을 채웠다. 올 들어 ‘A+’ 등급 이상 회사채의 대부분이 수요예측 단계에서 모집액보다 2~3배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평가다.

한화케미칼 측은 이번 채권의 발행 조건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채권의 경우 한 사모펀드가 발행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온 덕분에 비교적 싼 금리(비싼 채권값)로 발행이 가능했다”고 했다. 이번 채권의 발행금리(연 3.02%)가 한화케미칼의 4년 만기 회사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와 비슷한 수준이라 이자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화建, 수요예측 ‘5전 5패’
한화그룹 계열사 중 자금 조달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은 한화건설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5차례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땐 금리를 한화건설 회사채 민평금리보다 최대 0.30%포인트 얹어주겠다고 했지만 수요액이 300억원에 불과했다. 발행 금액의 85%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피 대상 1호인 ‘건설’ 회사채인 데다 실적 악화 우려까지 겹친 탓이다. 이 채권을 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화건설은 해외 공사 현장에서 입은 손실을 대거 반영하면서 2분기 422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적 악화는 신용등급 강등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9~10월 일제히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서 국고채와 한화건설 회사채(만기 3년 기준)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현재 1년 전보다 0.70%포인트 정도 확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건설은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하는 대신 현금으로 상환키로 한 것도 이런 악조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주사 ㈜한화에 ‘불똥’
한화케미칼과 한화건설의 실적 부진과 신용 불안 문제는 ㈜한화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화는 한화케미칼과 한화건설의 지분을 각각 37%와 94%를 갖고 있는 그룹 지주회사다. 신용등급이 ‘A0’인 ㈜한화는 지난 6일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하려고 수요예측을 벌였지만, 50억원이 미매각됐다. B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건설의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화의 신용도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한화갤러리아(A-)도 내달 20일 만기가 되는 2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작년 10월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수요예측에서 들어온 신청액이 40억원에 불과해 금리를 0.05%포인트 올려 발행해야 했다.

C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그룹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건설의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회사채 시장에서 ‘한화 디스카운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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