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가 르네상스 이후에 '모나리자'를 그렸다면?

입력 2014-12-15 11:10   수정 2014-12-18 08:11

청마의 해 2014년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을 남기며 저물고 있습니다. 이 때 명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필수 관람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이미지제공=KAIST]


이를 잠시 설명 드리자면 각 시대별 특징을 반영한 ‘모나리자’인 셈인데요. 위의 맨 왼쪽이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원본이고 그 오른쪽은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모나리자입니다. 다시 왼쪽부터 신고전주의-낭만주의-사실주의 시대의 모나리자고요.

“각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뜻이 무엇이냐고요?” 한국과학기술원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와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손승우 교수로부터 대답을 듣겠습니다.

“중세부터 사실주의까지 1000년에 걸친 서양화 1만여점의 빅데이터를 복잡계 이론으로 분석해 르네상스 시대 대표작인 모나리자를 시대별 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명암대비 기법의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그동안 물질세계의 복잡성을 분석하던 방법인 ‘복잡계 과학이론’을 인류의 문화유산인 회화에 적용해 1000년간 서양 미술의 변천과정에 숨어 있는 복잡성을 구체적 수치로 정량화하는 연구로 전 세계 과학과 문화계의 시선집중입니다.

두 교수의 연구결과 [제1저자=KAIST 물리학과 김영호 박사과정생]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Nature가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 1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선정돼 네이처 홈페이지의 메인 글로 소개된 것이 특징입니다.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KAIST제공]

KAIST에 따르면 이른바 빅데이터가 최근 관심사 부상하면서 과학자들이 방대하고 복잡한 예술·인문학 자료를 전산화해 분석하는 시도에 잇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빅데이터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복잡계 Complex Systems로 불리는 과학 방법론을 이용하는데 이를 흔히 ‘데이터 과학’으로 일컫습니다.

그동안 회화에 사용된 물감의 구성성분, 연대측정, 회화의 진위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습니다. 하지만 서양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분석의 경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거의 시도돼지 못했다고 합니다.

KAIST와 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이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물리학 컴퓨터 네트워킹 연구센터 Computer Networking Centre of the Wigner Research Centre for Physics의 온라인 갤러리에서 중세부터 19세기까지 디지털 형태의 서양회화 1만여점을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양 미술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분석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상관함수’를 온라인 갤러리에서 취합한 서양 미술의 빅데이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용어 ‘상관함수 Correlation Function’= 서로 다른 두 위치에서 측정한 양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비슷한지 나타내는 함수. 이번 연구에서는 2차원 공간에서 측정량이 비슷할수록 함수 값이 작게 나타나는 상관함수를 사용. 2차원 공간에서 측정 대상이 무작위로 분포하면 거리에 따른 상관 함수는 일정하고, 측정 대상이 무작위 분포에서 멀게 분포할수록 거리에 따른 상관 함수는 증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양미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암대비 효과가 점점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여기서 사용한 상관함수를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에 적용해 보니 공간적인 명암대비 효과가 거의 없어 무작위로 만든 그림에 가깝다고 나타났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조 = 이는 중세 회화와 드립 페인팅 비교인데 a은 중세 회화로 구성한 밝기 표면, b은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 작품으로 구성한 밝기 표면. c와 d에서 빨간색 점은 그림에서 거리에 따른 평균 밝기차이 상관함수, 파란색 점은 그림을 무작위로 섞어서 만든 이미지에서 거리에 따른 평균 밝기차이 상관함수.]

공동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결과 1000년간에 걸쳐 서양미술의 경우 그림 속 물체의 윤곽선이 모호해지다 낭만주의 시대 무렵 다시 뚜렷해지는 변화를 보였다고 해석했습니다. 아울러 중세 시대에는 색상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정치 및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염료만을 선호했다는 사실도 조사됐습니다. 같은 이유로 당시에는 색을 직접 혼합하지 않고 오직 덧칠로만 다양한 색을 표현했다는 것도 분석됐습니다.

정하웅 교수는 “물질세계의 복잡성에 대한 연구는 자연과학에서 오래된 주요 관심사였지만 예술 및 인문사회분야와 관련한 체계적인 복잡성 연구는 인터넷 대중화 이후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물질세계의 복잡성을 다루던 방법으로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회화에서 숨은 복잡성을 찾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고요.

손승우 교수는 “학문 사이의 통섭은 이제 융·복합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학문간 더욱 활발한 대화를 통해 미술 분야를 넘어 예술 및 인문사회 분야에 숨겨진 복잡성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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