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액세서리 팔던 명동 노점상, 매대 밑 서랍 여니 짝퉁 수두룩

입력 2014-12-20 09:00  

5만원 가방 'CHANEL' 붙이면 30만원
'명품 한국' 흠집 내는 짝퉁과의 전쟁… 단속팀 야간 동행 취재

경찰, 이달 동대문 '짝퉁왕' 검거…중구청, 상표권 단속팀 구성
낮·밤으로 명동·동대문 단속…올 한해 6만5000개 제품 압수
해외 명품부터 국산 아웃도어까지…SNS 이용 등 판매 방법도 진화
외국 SPA 진출·홈쇼핑 증가 인한 중소 의류산업 위기가 짝퉁 키워



[ 홍선표 / 오형주 기자 ]
19일 오후 6시께,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 인근의 한 액세서리 노점상. 머리핀을 살피던 일본인 관광객 3명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노점상이 매대 밑에서 슬그머니 작은 상자를 꺼내 놓는 순간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울 중구청 공무원 7명이 노점을 에워쌌다. 작은 상자에는 샤넬과 루이비통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상표가 붙은 머리핀과 머리끈 수십개가 가득 담겨 있었다. 매대 밑 다른 서랍을 뒤지자 같은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노점 바로 옆의 의류매장 입간판 뒤에선 샤넬과 루이비통, 버버리 상표가 박힌 휴대폰 케이스 수백개가 발견됐다. 단속반은 이곳에서 위조상품(일명 짝퉁)인 머리핀·머리끈 388개, 휴대폰 케이스 236개를 압수했다. 부대자루 2개 분량이었다. 중구청 위조상품 단속전담팀 소속 A주무관은 “올해 초만 해도 단속을 나가 짝퉁 제품을 압수하려 하면 주변 노점상들이 몰려들어 단속반을 몰아세웠다”며 “짝퉁 판매점 대부분이 한 번씩 벌금을 맞으면서 이제는 압수해도 순순히 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각종 짝퉁 제품들이 범람했던 동대문 상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짝퉁 1번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중구청과 경찰이 집중적인 단속에 나선 결과다. 짝퉁 상품 전담 단속팀까지 만든 중구청이 올해 압수한 물량만 6만5090개에 달한다. 경찰도 이달 초 동대문시장에서 팔리는 가짜 명품의 60% 정도를 제조하던 ‘짝퉁왕’을 검거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강화되자 일부 짝퉁 판매상들은 지능화·음성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상품을 판매하고, 상품과 브랜드 라벨을 따로 판매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 1번지? 짝퉁 1번지?

서울 중구엔 명동과 동대문, 남대문시장 3곳의 관광특구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지역에서 쇼핑하며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느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58%에 달하는 717만명이 명동을 거쳐 갔을 정도다. 그러나 그동안 명동과 동대문시장 일대에서 팔리는 짝퉁 상품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짝퉁 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매일 새벽마다 지방 상인들이 올라와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대량으로 사가는 동대문시장은 짝퉁 제품을 전국 곳곳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동대문시장 내 470여개 노점과 상점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했다. 중구청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짝퉁 상품 단속 전담팀을 만든 이유다.

중구청은 지난 1월 상표권 단속 권한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 3명으로 이뤄진 전담팀을 구성했다.

지난 11월엔 인원을 대폭 늘렸다. 상시 단속 인원 9명과 지원 인원 27명 등 36명이 수시로 짝퉁 단속에 나선다. 매일 3명의 단속요원이 낮 시간대는 명동과 남대문시장 일대를, 야간에는 동대문시장 일대를 걸으며 짝퉁 상품이 유통되고 있는지 체크한다. 올해 413개 업소를 단속해 액세서리와 의류, 가방을 포함해 모두 6만5090개의 짝퉁 제품을 압수했다. 2013~2014년 2년간 압수한 물품을 정품 가격으로 환산하면 538억원어치에 달한다.

단속 칼바람에 ‘짝퉁 메카’ 휘청

대대적인 단속 칼바람은 매일 밤 노란 천막의 노점들로 가득하던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패션타운 인근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담벼락은 지난여름만 해도 밤마다 300여개의 노점이 펼쳐지는 ‘짝퉁 메카’였다. 바로 옆에 경찰 기동본부가 있는데도 상인들은 버젓이 영업했다. 맞은편의 APM쇼핑몰부터 광희초등학교에 이르는 길도 노란 천막의 ‘노타(노란 천막과 쇼핑몰 두타를 합친 은어)’에 점령됐다.

이 일대는 밤이면 노점에 물건을 내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왕복 4차로가 북적였을 정도로 짝퉁 제품을 사고파는 사람들 간 거래가 활발했다.

하지만 19일 밤에 찾은 기동본부 담벼락 길은 고요하기만 했다. 기동본부 주위에서 영업하는 노점은 10여곳에 불과할 뿐이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단기간에 한정된 일회성 단속은 단속 건수만 늘릴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매일 순찰을 돌고 판매 장소를 없애는 방식으로 짝퉁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로고만 붙이면 가격이 껑충

대대적인 단속에도 짝퉁 제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명품 로고만 붙이면 가격이 몇 배로 뛰기 때문이다. 같은 재질과 디자인의 핸드백이더라도 로고가 없으면 5만원에 팔리지만 샤넬 로고가 붙는 순간 30만원으로 가격이 뛴다. 비록 가짜 명품이지만 700만원짜리 샤넬 핸드백의 짝퉁 제품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30만원을 낸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이런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중구청이 단속한 위조상품 중엔 짝퉁 샤넬의 비중이 38.9%로 가장 높았다. 루이비통(14.5%), 구찌(4.1%) 등의 브랜드가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 짝퉁 제품들도 시장에 나돌고 있다.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K2 등이다. 이들 브랜드의 짝퉁 패딩 점퍼는 한 벌당 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단속요원들의 설명이다.

브라이틀링과 롤렉스, 까르띠에 등 고가의 수입 시계 브랜드도 짝퉁 상인들이 선호하는 품목이다. 지난 9월 단속에선 정품 환산가로 10억원에 달하는 짝퉁 시계 160여점을 트렁크에 보관하며 손님이 찾을 때마다 몰래 가져다 팔던 노점상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단속 피해 판매수법도 진화

지자체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짝퉁 판매업자들은 SNS를 통한 판매에 나서는 등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스토리 서비스를 이용한 짝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짝퉁 상품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판매자가 자신이 보유한 상품 사진을 전송해 제품을 안내하는 형식이다. 제품 소개와 가격 흥정 모두 채팅방에서 이뤄지고 배송은 택배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지자체와 경찰이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대문 패션타운 일대에서 이뤄지는 짝퉁 거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상인 자신이 변해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하는 노력 없이 짝퉁을 찍어내면서 동대문의 의류산업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차경남 서울봉제산업협회장은 “외국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홈쇼핑에서의 의류 판매로 일감을 잃은 일부 업체가 짝퉁 제조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의류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짝퉁 제조 대신에 봉제공장이 함께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선표/오형주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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