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 음식문화 테마거리

입력 2014-12-29 07:00  

남한산성 백숙거리 인조가 눈물 흘리며 먹은 닭 한마리
구룡포 과메기·물회 거리 포항 어부들의 '패스트푸드' 로 해장 해볼까
함평 한우비빔밥 거리 육회 비빔밥 한 술에 선짓국 먹으면 피로 싹~



[ 최병일 기자 ]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떠나는 것만 여행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 특색 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특정 음식을 파는 식당이 모여 하나의 ‘거리’가 되면 단지 음식점이 많이 모인 군락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가 흐르고, 이야기가 모여 역사가 된다. 한국관광공사가 2014년 새롭게 선정한 5감 만족 음식테마 거리인 경기 광주 남한산성 백숙 거리, 포항 구룡포 과메기·물회 거리, 함평 천지한우 비빔밥 거리를 찾아 향긋한 맛 여행을 떠나보자.

경기 광주 남한산성 백숙 거리

100년의 손맛과 정성 … 아픈 역사까지 깃들어

남한산성 안의 주민들은 대부분 2~3대째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토박이들이다. 100년이 넘은 백숙집도 있다. 남한산성 안에만 음식점이 65개 있는데 그중에서 59곳이 닭백숙과 오리백숙을 팔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상인회를 조직해 질 좋은 닭과 오리를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지역보다 맛이 뛰어나다. 남한산성의 닭백숙은 당귀, 엄나무, 인삼, 감초 등의 한방 약재를 넣어 맛이 깊고 영양도 풍부하다.

남한산성은 사실 닭백숙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1636년(인조 14년) 청나라 태종이 10만 병력을 몰고 침략해오자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했다. 성내에 비축된 식량은 불과 50일분. 게다가 혹한까지 겹쳐 추위와 굶주림으로 성안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나중에는 수라상에 올릴 음식조차 부족해졌다. 항전을 벌이던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수라가 한 마리 남아 있던 닭으로 만든 백숙이었다. 인조는 눈물을 흘리며 수저를 들었으나 끝내 닭다리 한 부분만 겨우 먹다 말았다고 한다.

닭과 오리백숙은 건강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백숙에 많이 들어가는 찹쌀에는 프롤라민 성분이 포함돼 있어 위점막을 보호하고 인삼의 사포닌에는 항암 효과가 있다. 오리고기는 남이 먹고 있으면 빼앗아서라도 먹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오리고기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돼지고기의 2배, 닭고기의 5배, 소고기의 10배나 된다.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또한 리놀산과 아라키돈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고, 몸 속 각종 중금속 해독은 물론 체내 독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찾아가는 길 :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9번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된다. 도보로 5분 거리에 남한산성맛집테마거리가 나타난다. 공항버스를 이용할 경우 5300번을 타고 지하철 8호선 모란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고 산성역까지 가면 된다. 남한산성맛집 홈페이지(nhssv.co.kr) 참조.

포항 구룡포 과메기·물회거리

혀에 착착 감기는 바다의 맛 … 포항의 별미

포항 시내에서 영일만을 끼고 차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푸른 바다 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어선들이 스쳐 지나가고 지붕이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과메기와 물회로 유명한 구룡포마을이다. 구룡포항을 따라 조성된 거리에는 과메기와 물회, 대게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줄을 서 있다.

과메기는 영일만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청어나 꽁치를 잡아다 배에서 말려 먹던 음식이다. 일종의 숙성회인 셈. 해풍으로 정성껏 말린 과메기는 비린내가 적고 구수한 맛이 난다. 최고 품질의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영하 10℃~0℃의 날씨가 지속되고 습도는 10~40%, 바람은 초속 10m가 가장 적당하다.

구룡포 지역은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예전에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청어가 많이 잡혀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아 꽁치로 만든다. 과메기는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포항 지역 사투리다.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포함돼 있어 동맥경화를 막아주고 뇌졸중과 심장병 예방에 좋다. 구룡포항에서는 매년 11~12월 아라광장을 중심으로 과메기를 시식·판매하는 이벤트를 연다. (054)270-2241

포항 물회는 그 옛날 포항 어부들의 패스트푸드였다.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느라 끼니를 챙겨 먹을 새도 없이 바쁠 때,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잘게 썬 다음 채소와 함께 고추장을 풀고 물을 부어 한 사발씩 들이켰다고 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속을 풀기 위해 시원하게 한 사발씩 마셨다고 해서 ‘술국’ 또는 ‘생선냉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회의 묘미는 물을 적당히 넣고 생선과 양념이 서서히 물에 스며드는 동안 후루룩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 데 있다. 그날 잡히는 싱싱한 횟감이 맛의 비결이다. 횟감의 종류도 가자미, 도다리, 광어, 우럭, 놀래미 등 주로 흰살 생선을 사용한다. 업소마다 오랜 전통과 비법으로 손수 담근 고추장을 사용하므로 물회 맛이 조금씩 다르다.

물회는 흰살 생선의 대표적 영양 성분인 단백질이 풍부해 지친 몸과 숙취를 푸는 데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포항 물회의 특징은 신맛이 적다는 점이다. 따뜻한 밥을 말았을 때 맛의 조화를 위해 신맛을 일부러 줄였다. 포항 물회에 쓰는 양념은 고추장과 생강, 마늘, 식초를 섞어 6개월간 상온에서 자연 숙성시켰다. 포항시 포항관광 사이트(phtour.ipohang.org) 참조. (054)284-4312

찾아가는 길 :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내린 뒤 포항행 리무진버스로 갈아탄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구룡포행 버스 200번으로 갈아타고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내리면 된다.


함평 천지한우 비빔밥 거리

전국에서 가장 차지고 신선한 별미 비빔밥

함평은 예부터 너른 들판과 갯벌을 품고 있으면서 물 좋고 공기 좋은 지역이라 하여 ‘함평천지(咸平天地)’라고 불렀다. 공장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자연과 넓은 초지가 소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어서 함평에는 소를 키우는 사람이 꽤 많았다. 함평 소가 좋다는 말을 듣고 좋은 소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함평에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우시장이 서게 됐다.

함평 우시장은 1900년대 초부터 발달했다. ‘함평 우시장이 전남지역 소값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한때는 하루에 700~800마리가 팔려 나갔으며 새벽에 시작해 해질녘까지 열리기도 했다. 장터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함평의 아낙들이 집에서 음식 재료를 가져와 장터에 자리를 펴고 만들기 쉬운 비빔밥을 팔았다고 한다. 장터 아낙들은 더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우시장 옆 도축장에서 나온 신선한 소고기를 비빔밥 위에 얹어서 팔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함평 우시장의 비빔밥이 장에 온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함평 육회비빔밥으로 거듭나게 됐다.

육회비빔밥 한 술 입에 넣고 뜨끈한 선짓국을 떠 먹으면 장터 특유의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다. 비빔밥의 옛 이름은 골동반(骨董飯)이다. 고기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찬을 밥에 섞어 만든 음식을 뜻한다. 골동반에 대한 기록은 조선 말기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저자 미상)에 처음 나온다.

함평 육회비빔밥의 특징은 푸짐하게 들어가는 육회와 데친 채소들, 소뼈를 우려낸 맑은 선짓국과 삶은 돼지비계가 곁들여 나온다는 점이다. 함평 육회비빔밥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에서 찾을 수 있다. 육회용 고기는 업소 주인들이 매일 새벽 식육점에 가서 그날 잡은 한우 암소만 구해온다.

고기를 담은 접시를 기울여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지고, 냄새도 나지 않으며, 도축한 고기를 바로 사오므로 값도 싸다. 육회비빔밥에 올라가는 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 부위를 사용한다. 10가지 넘게 들어가는 채소는 직접 농사를 짓거나 지역에서 나는 제철 채소들을 사용하며 참기름은 매일 아침 새로 짜서 상에 올린다. 다진 양념은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새우젓을 섞어서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함평군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hampyeong.go.kr) 참조. (061)320-3733

찾아가는 길 : 용산역에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타고 함평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함평천지 한우비빔밥거리가 있다. 버스로 갈 경우 서울고속터미널에서 호남선 광주행을 타고 광주에서 내린 뒤 다시 함평행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함평천지 한우비빔밥거리가 있다.


맛있는 음식 테마거리

서울 신당동 떡볶이거리 - 국민 간식의 결정판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떡볶이’ 거리가 생긴 것은 1970년대였다. 지금은 역사의 유물이 된 동대문운동장에서 야구경기가 있는 날 야구를 관람한 뒤 신당동 골목을 찾아 떡볶이를 먹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한국을 찾았을 때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강릉 초당두부 거리 - 바다의 향을 느끼다

초당은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부친인 허엽이 한때 이 마을에 살았는데 그의 호 초당에서 따온 마을이라는 설이 있다. 6·25전쟁 중 두부를 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집이 한두 집 생겼는데 전쟁 후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남원 추어탕 거리 - 신선한 재료와 걸쭉한 맛

섬 진강 청정 하천에서 자란 1급수 미꾸라지를 재료로 만든 남원 추어탕 거리의 추어탕은 다른 지역의 추어탕 맛과 비교할 수가 없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들깨와 잰피(초피)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먹는 것이 미꾸라지를 통으로 끓이는 서울식과 다른 점이다.

대구 안지랑 곱창 거리 - 고단백 서민 술안주

돼지 부산물 재료인 곱창에 대해선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일단 맛을 아는 사람들은 최고로 꼽는다. 대구 안지랑 곱창거리(안지랑곱창.com)는 대표적인 곱창 거리로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

부산 민락동 횟집 거리 - 기네스북 등재된 회의 메카

500여개의 횟집이 빽빽이 들어선 부산 민락동 횟집 거리는 기네스북에 올랐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광안리해수욕장의 경치와 함께 1년 365일 언제든 신선한 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회의 메카’로 불린다.

담양 죽순푸드빌리지 - 대나무 음식의 무한 변신

담양은 국내에서 대나무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담양 죽순푸드빌리지는 여러 가지 죽순 요리와 대나무통에 밥을 찌는 대통밥을 파는 음식점 거리로, 담양의 명소인 죽녹원 주변에 있다.

영덕 대게 거리 - 세계에서 가장 큰 대게 거리

영덕 대게 거리는 동해안 강구항을 따라 100여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한 곳.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대게 철이 돌아오면 영덕대게를 맛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든다.

춘천 명동 닭갈비 거리 - 춘천닭갈비 대표 명소

춘천닭갈비는 크게 토막을 낸 닭에 고추장이 들어간 매콤한 양념장을 고루 발라 하루쯤 재워 둔 뒤 양배추, 양파, 고구마, 떡을 같이 넣고 무쇠철판에 구워 먹는 음식. 지금은 수백개가 넘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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