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도 감탄한 항저우, 美人을 닮은 호수…맑은 날도 흐린 날도 예쁘다

입력 2015-01-05 07:00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성도인 항저우(杭州)는 9세기부터 237년 동안 14명의 황제가 수도로 삼았던 고도(古都)다. 춘추전국 시대에는 오(吳)와 월(越)이 이곳에서 격전을 벌여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 같은 고사성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13세기에 중국 땅을 밟은 이탈리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항저우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라고 극찬했다. 지금도 항저우에는 빼어난 경치와 긴 역사가 남긴 옛이야기들이 무성하게 남아 있다.

옛 문화 거리, 허팡제

항저우역에서 2㎞ 떨어진 허팡제(河坊街)는 12세기 남송(南宋)의 중심부였다. 지금은 청나라 때의 건축물과 전통 상점들이 다수 남아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찻집,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약방, 비단가게, 부채가게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골목 초입부터 상인들이 큰소리로 호객하며 차를 나눠주고, 힘찬 구령에 맞춰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활기찬 모습이 펼쳐졌다. 일행 중 누군가 항저우의 토속음식인 자오화지(叫花鷄)를 샀다. ‘거지닭’이라는 뜻으로, 닭을 연잎에 싸서 진흙을 발라 구운 요리다. 현지 가이드는 냄새가 강해서 타지 사람은 먹기 힘들 것이라고 염려했다. 먹어 보니 우려와 달리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거지닭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이 고장 거지가 운 좋게 닭을 한 마리 얻었는데, 변변한 재료가 없어서 진흙구이를 해먹은 데서 유래했다. 항저우에는 이처럼 이야기가 얽힌 음식이 많다.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이름을 딴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東坡肉)도 항저우에서 탄생했다. 소동파가 이곳의 지방관으로 재직할 때 요리법이 개발됐다고 해서 동파육이라고 부른다.


서시에 비견되는 아름다움, 시후

항저우 최대의 볼거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호수 시후(西湖)다. 항저우성의 서쪽에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 그 풍경이 중국 4대 미녀 서시(西施)에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워 ‘시쯔후(西子湖)’라 부르기도 한다.

기대를 품고 도착했으나 날씨가 잔뜩 흐렸다. 가이드는 “맑은 날의 시후는 화장을 곱게 한 서시고, 흐린 날의 시후는 맨얼굴을 드러낸 서시라고 합니다. 오늘은 꾸미지 않은 서시의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안개 자욱한 시후는 흐린 하늘과 어울려 운치 있는 모습을 자아냈다. 서시는 병약하고 잘 웃지 않는 여인이라고 알려졌으니,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올랐다. 잔잔한 시후를 따라 남송 시대 선비들이 꼽은 서호십경(西湖十景)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소제춘효(蘇堤春曉)는 소동파가 지방관으로 재직하면서 만든 제방이다. 수양버들과 복숭아나무가 어우러지면 가히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단교잔설(斷橋殘雪)은 눈이 내리면 끊어진 듯 보인다는 다리다. 중국의 민간 전설 백사전(白蛇傳)에 따르면 주인공 ‘백소정’과 ‘허선’이 이곳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화려한 빛으로 물드는 인샹시후

단교잔설에 얽힌 백사전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기쁘게도 매일 밤 시후의 물 위에서 백사전 이야기가 수상공연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기획·연출한 ‘인샹시후(印象西湖)’다. 시후에서 만난 두 주인공은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했고, 백소정이 그 슬픔을 못 이겨 학으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호수의 불이 모두 꺼지고 극이 시작되는 순간 객석에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대가 수면에 설치돼 등장인물들이 물 위를 걷는 듯 경이롭다.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이 드리우는 물그림자가 신비감을 더하고,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웅장한 군무가 좌중을 압도한다.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분수가 올라와 호수에 비를 뿌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 연인을 잃은 백소정이 학으로 변하는 마지막 장면은 명멸하는 등불과 함께 아련한 그리움을 남겼다.

여행 정보

항저우는 상하이에서 약 150㎞ 떨어져 있으며, 상하이난(上海南)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1시간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항저우역에서 허팡제는 Y8번 버스로 약 10분, 시후까지는 Y2번 버스로 약 15분 걸린다. ‘인샹시후’의 관람료는 260위안부터이며, 가장 좋은 좌석은 600위안. 문의 +86-571-8796-2222

항저우(중국)=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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