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입력 2015-01-05 20:50   수정 2015-01-06 05:58

비관적 경제전망 확산은 우려할 일
인생은 문제 해결의 긴 과정일 뿐
시시포스가 바위를 밀어 올리듯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순환적 비관론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사회 발전이 이제 종착역에 다다른 것인가 하는 심각한 질문이다. 다음 세대가 혹여 지금보다 열악한 삶을 살게 되지나 않을 것인가 하는 우울한 전망도 겹친다. 비관론은 원래는 좌익 세계관의 전매특허다. 자본주의는 내부 모순에 따라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일종의 종말론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자본주의 아닌 사회주의 체제가 먼저 종말을 맞았다. 지난 200여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연대기를 쓸 수도 있다.

한국의 좌파 역시 종말적 저주를 퍼부어 왔다. 특히 강단은 종말론 교파 일색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비관론이 지배하지 않았던 때도 없었다. 그들은 민중이나 민족경제 등의 솔깃한 언어를 팔면서- 지금은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판다- 현실을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 여기서 우스개 한 토막. 언젠가 기독교 좌익으로 유명한 Y씨가 지방 교회에 강연을 갔다고 한다. 강연의 요지는 그날도 “2, 3년 이내에 한국 경제는 필시 망할 수밖에 없다”는 단골 메뉴. 강연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청중 속에서 한 장로가 일어나 질문을 했다. “당신은 3년 전에도 똑같은 강연을 했는데 지금도 안 망하고 있다. 해명해 봐라”는 것. 계면쩍은 순간이었지만 이 Y씨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아니 당신들은 예수 재림은 2000년이나 기다리면서, 그까짓 2, 3년을 더 못 기다려!”

한국 자본주의는 2, 3년 안에 망한다고 설파하고 다니던 좌익 교수들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개인 생활은 알토란같이 살찐 것이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위의 Y씨는 경기 양평 부근의 땅을 사들여 거부가 됐다고 한다. 이 지역은 나중에 서울 사는 부자들의 별장지가 됐다. 그의 집도 아방궁을 방불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가 죽고 난 다음이었다. 평생을 사회주의 혁명가로 살았던 P씨는 유산으로 받은 땅 문제로 가족들과 싸우다 뇌졸중을 맞았다니 실로 반(反)혁명가적 최후를 맞았다. 이런 사례는 사실 끝이 없다. 대한민국을 비판하는 책을 팔아 큰돈을 벌었던 L씨 이야기도 그렇다. 그는 운전기사가 딸린 자가용을 타고 다녔는데 모임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내려서 걸어온 것처럼 나타났다고 한다. 좌익적 사고는 현실에 지상천국을 만들자는 유사 기독교적인 것이기 때문에 위선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기자만 거지”라는 말도 전해져 내려온다. “돈 많은 강남 좌파를 열심히 보도해주는 기자들 중에 잘사는 사람 본 적이 없다. 기자들 참 순진하다”는 증언을 여러 명이 남기고 있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비슷하다. 반미 종북 인사들 자식들 중에 유독 미국 유학이 많다는 이야기는 익숙하기까지 하다. 철없는 대학생들만 애꿎은 희생자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약삭빠르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 나라 장래를 두려워하는 쪽은 오히려 보수파다. 경제할 자유가 침해받고, 투자가 끊어지고, 기업이 위축되는 상황은 비관론을 더욱 극적으로 몰아간다. 좌익이데올로기의 승리가 목전에 온 것일까. 그러나 겁먹지 마시라. 문제의 Y나 P가 무덤에서라도 환호성을 지를 일은 없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다. 그 위기를 뚫고 전진해 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더구나 여전히 기발한 청춘들이 넘치는 나라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중국, 일본의 젊은이들을 한번 비교해보라. 세계를 활보하는 것은 한국 청년들밖에 없다.

마르크스는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들의 교주로부터 우리가 위로를 받지말라는 법도 없다. 의미는 다르지만 칼 포퍼는 인생을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포퍼의 이 말에는 마르크스처럼 섣부른 예언자가 되지 말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언젠가 복거일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그렇다. 아니 그럴 수밖에 더 있겠는가. 우리는 올해도 시시포스처럼 바위를 밀어 올릴 따름이다. 낙관도 비관도 아닌 것이 우리의 삶이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