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뉴트리바이오텍, 年50% 성장이 '족쇄'…지방·해외이전 '갈림길'

입력 2015-01-13 20:48  

(3) 성장을 처벌하는 수도권 규제의 '민낯'

이천에 자리잡은 8년간 高성장 힘입어 증설 거듭
'수정法' 등 상한에 막혀 등 떠밀리듯 美공장 매입
"외국기업 유치에는 사활…국내기업 투자는 막으니"



[ 김은정 기자 ]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외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국내기업들은 왜 규제하는 겁니까.”

권진혁 뉴트리바이오텍 대표는 요즘 이천공장 증설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도권 규제에 막혀 공장 증설은커녕 연구개발 시설조차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눈부신 성장가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설지만 뉴트리바이오텍은 국내 3위 건강기능식품 업체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있는 오메가3나 각종 비타민 제품의 용기를 뒤집어보면 뉴트리바이오텍이라는 사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뉴트리바이오텍은 자체 브랜드는 없지만 제품 개발 능력을 갖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다.

본사는 서울이지만 개발 및 생산 공장은 경기 이천에 있다. 2007년 공장 부지 가격과 물류 운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인 이천에 터를 잡았다. 강찬석 이천공장장의 얘기다.

“OEM·ODM이라는 특성상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가늠하기가 어렵거든요. 가격과 기술 경쟁력에 따라 매년 10% 성장할 수도 있고 두 배 이상으로 몸집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 뉴트리바이오텍의 성장 속도는 자체 예상보다 빨랐다. 이천 공장 설립 후 매년 50%씩 성장했다. 제약업체와 유통업체, 방문판매업체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계속 거래 업체가 늘었다. 해외 업체들의 주문도 끊이지 않았다. 2013년 무역의 날엔 300만달러(약 33억원) 수출탑, 2014년엔 500만달러 수출탑 등을 받았다. 작년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일궜다.

피할 길 없는 규제 부메랑

이 같은 고성장이 ‘규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건강 식품은 원료 상태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1이라면 포장을 마쳤을 때 최종 부피는 3~4 정도로 늘어난다. 매출이 늘수록 제조와 관리, 보관 공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뉴트리바이오텍 공장이 있는 이천은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공장 증설에 제약을 받는다.

현재 뉴트리바이오텍의 공장부지는 1만3320㎡다. 수정법상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공장부지 상한인 3만㎡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이달 말 공사가 마무리되는 증설 현장까지 합하면 2만5000㎡를 훌쩍 웃돌게 된다. 여기에 올해 매출 성장세와 신제품 개발 수요를 감안해 당장 올 1분기에 추가로 1만6500㎡의 공장부지가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수정법 상한선을 벗어나게 된다.

물론 법적으로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심의를 올려 통과하면 예외적으로 공장부지를 6만㎡까지 늘릴 수 있지만 뉴트리바이오텍 같은 중소기업들에 ‘심의’ ‘예외 적용’ 등은 사실상 먼 얘기다. 김익정 이천 기업지원과 공업민원팀장은 “산업단지가 아닌 개별 입지에서 예외 적용을 위해 별도로 심의받는 사례는 이천 전체에서 10년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하다”고 말했다.

끝까지 매달려 보지만…

마음이 다급해진 뉴트리바이오텍은 산업단지 지정 여부까지 알아봤다. 산업단지로 지정되면 어렵지 않게 6만㎡까지 공장부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단지 지정 요건 중에 도로 면적 제한 조건이 있어서다. 화물과 자동차 등의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최소 15m 이상의 진입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뉴트리바이오텍의 공장부지는 하천제방을 따라 이어져 있어 요건에 맞는 진입로 확보가 불가능했다.

강 공장장은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의 증설이 있었다”며 “마무리 단계인 증축 공사가 이달 말 끝나면 건폐율(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면적)마저도 법적 상한인 40%에 육박하는 39%로 상승해 더 이상 증축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업 규모를 키우려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옮기거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지금으로선 방법 없다”

뉴트리바이오텍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경쟁업체는 국내 10여곳이다. 규모가 작은 업체까지 합하면 100여곳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사들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제품 개발로 입지를 넓혀가지 않으면 바로 도태되는 게 시장의 현실이다. OEM만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 신제품 개발 등 2~3년 뒤에 먹거리를 찾으려면 자체 연구와 시험 생산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 공장장은 “예외 조항 등을 뒤적이며 규제 범위 밖에서 투자가 가능한 방법을 찾는 데 더 이상 매달릴 시간이 없다”며 “이리저리 자문하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법이 바뀌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뉴트리바이오텍은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는 충북 음성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을 투자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천 외에 다른 지역에 증설하면 운송비와 임직원 임금 등 전반적인 관리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래서 해외에 직접 공장을 짓고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작년에 미국 댈러스에 있는 공장을 매입했다.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아예 현지 투자를 통해 생산 시설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는 추가로 중국에도 현지 생산 공장을 매입할 예정이다.

■ 8위

2013년 기준 18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의 경기도 순위. 금액으로는 2592만9000원. 경기도에서 옮겨가는 기업이 많은 충남(4524만4000원·2위) 충북(2993만원·7위)보다 순위가 낮다.

이천=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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