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여행사 믿고 간 베트남 패키지, '선택관광' 포기하면 다른 선택이 없다

입력 2015-01-19 07:10  

미스터리 쇼핑 <3>
하나투어 베트남 다낭&후에&호이안
하나투어 3박5일 상품

숙박시설·음식 맛은 좋은 편...케이블카 요금은 2배 이상 뻥튀기



[ 최병일 기자 ]
미스터리 쇼핑의 이번 여행지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중부에 있는 다낭과 호이안, 오래된 도시 후에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최고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상품이기에 다른 여행사들과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하나투어의 여행 일정은 매끄러웠고 가이드의 품성이나 지식, 서비스도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물론 호텔이나 식사도 준수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서 관행적 혹은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쇼핑이나 선택 관광의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화두는 ‘선택 관광’입니다. 선택 관광은 말 그대로 여행자가 일정 외에 더 보거나 체험하고 싶은 여행지와 프로그램을 선택해 즐기는 관광입니다. “여행자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베트남 다낭과 후에, 호이안이 유명한 휴양지이자 관광지이긴 하지만 볼거리가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닙니다. 일정표에 있는 여행지만 여행하다 보면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남습니다.

시간이 남는다고 호텔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관광지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어렵습니다. 자유여행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여건이라면 패키지여행을 선택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다 보니 열에 아홉은 선택 관광을 ‘선택’하게 됩니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선택 관광의 질이 우수하거나 패키지로 선택할 경우 가격이 싸다면 선택할 만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던 3박5일간의 베트남 여행을 풀어놓겠습니다.

비행기도 저가, 서비스도 저가

베트남 여행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베트남 제2의 항공사인 비엣젯(Viet-jet)항공은 사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처음 타본 저비용 항공기(LCC)다. 2007년에 설립됐으니 이제 겨우 8년 된 신생 항공사인데도 비행기의 내부는 고색창연(?)하다. 세 자리씩 두 편으로 나뉜 좌석은 LCC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비좁지는 않았다. 붉은 색 상의에 체크 무늬 반바지를 입은 스튜어디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에어아시아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인 데다 사고기와 비슷한 에어버스 계열의 항공기여서 다소 불안했지만 생각보다 운항은 부드럽고, 흔들림도 거의 없었다.

다만 서비스까지 저가인 점은 아쉬웠다. 비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울던 아이가 세 시간이 넘도록 울어댔지만 승무원 중 누구도 이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비엣젯항공의 기내식은 소고기 양념조림 국수와 닭고기 양념조림 국수 두 종류. 외국 노선에만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이어서 그런지 맛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커피는 2만동(한화 약 1000원)을 내야 마실 수 있었다.

5시간20분의 비행이 끝나고 다낭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베트남 시간으로 오후 4시. 첫날 일정은 가이드와 미팅을 끝낸 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쉬는 것이지만 가이드는 다낭의 날씨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둘째날 일정을 앞당겨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첫 번째로 들른 관광지는 베트남의 신흥 종교인 까오다이교 사원이다. 1917년 고반체우라는 하급 관리가 세운 이 종교는 유교 불교 도교 이슬람교는 물론 베트남 민간신앙과 기독교의 교리를 융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신전 안에는 거대한 하나의 눈(巨眼)이 신의 상징처럼 모셔져 있다. 모든 진리는 하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신전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다낭에 오면 꼭 한 번은 찾는다는 다낭 대성당으로 향했다. 다낭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성당은 풍향계가 수탉 모양을 하고 있어서 ‘수탉성당’, 건물이 핑크색이어서 ‘핑크성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 식민통치 시대에 세운 건물이어서 건축 양식이 유럽풍이다. 성당 담벼락에는 그리스도의 일생을 담은 17면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호텔 환경과 음식은 매우 만족

성당 투어를 마치고 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점심에 먹은 음식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호텔은 다낭 외곽에 있는 그랜드 머큐리. 4성급 호텔인데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시설도 좋았다. 다낭 시내를 관통하는 한강(漢江:Song Han)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전망도 좋았다. 호텔의 격식에 맞게 조식도 깔끔했다. 미국식 조식뷔페와 쌀국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선택 폭도 넓었고, 어느 것이나 입맛에 잘 맞았다. 이만하면 근사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다.

조식 후 관광을 떠난 곳은 다낭 시내에서 10여㎞ 떨어진 오행산. 오행산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에서 이름을 따왔다. 베트남어로 하면 목(Moc·木), 화(Hoa·火), 토(Tho·土), 낌(Kim·金), 수이(Thuy·水)다. 대리석이 많은 지형이어서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불린다. 오행산 중 수산(水山)이 가장 크고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관광객은 오행산 중 수산만 돌아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20분도 안 돼 정상에 도달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다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비탈 아래에선 1825년 민망 황제가 방문했다는 영응사(靈應寺)와 베트남어로 후옌콩이라 불리는 현공(玄空)동굴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현공동굴은 일종의 석굴암이다. 작은 동굴 입구와는 달리 동굴 내부에는 사천왕상은 물론 전각 형태의 법당에 불상까지 모셔져 있다. 오행산 방문을 마치고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는 도중 가이드는 선택 관광에 대해 설명했다.

“선택 관광을 꼭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족 단위로 선택하셔서 저에게 알려주세요.”

선택 관광은 모두 8가지. 호이안을 관통하는 투본강 투어를 비롯해 호이안 밤거리와 야시장을 둘러보는 야간투어, 바나산 케이블카 투어 등이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이고 그중에서도 바나산 케이블카 투어와 야간투어가 인기가 높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여행객들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택 관광을 하지 않으면 점심 이후에는 딱히 할 것이 없는 데다 다낭에 처음 온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갈 곳도 없다. 심하게 말하면 선택 관광은 바로 이 대목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말은 선택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관광이니까. 결국 여행객들은 서너 가지 정도의 코스를 선택했다. 120~160달러의 비용과 가이드팁까지 합치면 200달러 가까운 돈이 들었다.

머리도 복잡하고 계산도 복잡한 선택 관광을 선택하고 난 뒤 일행이 향한 곳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도(古都) 호이안이다. 호이안은 16세기 중반부터 무역도시로 번성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중국인과 일본인 등 수십개 나라의 상인들이 북적였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의 영화는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다. 마을은 고풍스럽고 작은 상점들은 아기자기하다. 1593년에 일본인들이 세웠다는 목조 지붕이 있는 다리를 지나니 붉은 색 웃옷을 입은 원숭이 돌상이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에서 배를 타고 차례로 돌아본 곳은 목공예마을과 도자기마을이었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은 쇠락했고, 만들어진 상품의 품질도 조악했다.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 관광

투본강 투어를 하고 나니 어느새 어둠이 물들기 시작했다. 호이안은 다양한 색채로 기억되는 도시다. 낮에 본 신산한 느낌보다 호이안의 밤은 찬란하다. 카페와 강가에는 오색찬란한 빛들이 쏟아진다. 재래시장에는 다양한 모양의 등불이 켜져 있고, 각양각색의 등을 팔고 있었다. 빛은 일렁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빛을 받으니 봉숭아색으로 곱게 물든다.

등불에 취해 있다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하니 맥주나 음료를 마음껏 마시라고 한다. 타이거 맥주에 흥이 올라 사람들이 물었다. “호이안 야간투어는 언제 시작하나요?” 그런데 어쩌나…. 지금까지 보았던 카페와 등불을 파는 재래시장을 보는 게 바로 야간투어란다.

여행은 사람을 너그럽게 만든다. 다소 찜찜한 마음까지 맥주 거품에 담아 여행객들은 시원하게 넘겨버렸다. 그렇게 호이안의 밤은 깊어갔다.

어느새 여행 3일째다. 아침식사 후에 가이드는 건강에 좋은 곳이라며 노니 전문점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건강한 체격의 가게 사장은 “노니는 미국 영양의학계의 권위자인 닐 솔로몬 박사가 의사 50명과 1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년간 임상시험한 결과 알레르기, 원기 부족, 당뇨, 소화기 장애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는 건강 보조제”라며 노니의 효능에 대해 약장수처럼 늘어놓았다.

청산유수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내 노니를 암과 당뇨까지 완화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격상시켜 놓았다. 당뇨에 특효여서 노니를 3개월만 복용하면 인슐린 주사를 안 맞아도 된다고 했다. 대체의약품이라고 밝힌 노니를 동결 건조해서 추출액만 담아 파는 금액이 500달러지만 하나투어를 통해 온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히 400달러에 판다고 했다.

노니 전문점을 출발한 차는 베트남의 고도 후에로 향했다. 길은 그리 멀지 않아도 시속 60㎞를 넘지 못하는 데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후에까지 3시간이나 걸린다. 가이드는 “후에는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라고 해서 후에라고 한다”고 농담한다. 그만큼 생각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3대에 걸친 응우옌 왕조의 왕궁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무너진 왕조의 왕궁은 비참하게 버려졌다. 한때 강성했던 왕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색은 바랬고, 프랑스군과 미군의 포격으로 인해 대부분 건물들이 사라졌다. 왕궁 근처에는 티엔무 사원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독재정권에 항의해 사이공에서 소신공양(분신자살)한 틱광둥 스님이 수행했던 절이다. 절 안에는 스님이 소신공양을 위해 사이공까지 타고 갔던 오스카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스님은 불로 사라졌지만 사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불타는 심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 심장은 현재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절에는 사진만 쓸쓸하게 붙어 있다.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날 일행은 선택 관광지 중 하나인 다낭의 바나산으로 향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바나산 케이블카는 무려 1487m를 15분에 걸쳐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은 압도적이다. 울창한 산림과 계곡이 보이다 어느새 모든 것이 안개에 휩싸이면 마치 구름을 탄 신선이 된 것 같다.

선택 관광으로 치른 바나산 케이블카 운임은 무려 60달러. 하지만 케이블카 안의 팸플릿에는 케이블카 요금이 50만동(한화 약 2만5000원)이었다. 다시 선택 관광 안내 용지를 살펴보니 ‘상기 선택 관광 안내 금액은 여행사의 적정 이윤과 안내 진행에 소요되는 제반 경비가 포함된 베트남 관광협회 협정요금’이라는 문자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하나투어조차도 행사 비용을 현지 여행사에 떠넘기는 고질적인 여행사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뼈아프게 자각했다. 그렇게 여행은 끝나갔고 불편한 비행기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낭·호이안·후에(베트남)=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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