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 기업

입력 2015-01-19 20:52  

모험을 감당하고 일자리 제공
큰 성공 거두는 中企 늘어나길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문자는 인류 문명을 태동시켰다. 나침반은 해양시대를 열었으며 비누는 인류의 수명을 두 배 이상 늘렸다. 화약, 내연기관, 비행기, 컴퓨터도 시대의 전환을 이끌어낸 발명품임이 분명하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무기, 병균, 금속이 문명의 차이를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류 역사의 근원이 어디인지.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철학적 물음까지 더해지면 답을 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답을 산출물보다는 잉태 요인의 관점에서 찾고 싶다. 미국의 철학자 니컬러스 버틀러는 “기업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참 공감되는 말이다.

기업은 세계 인구의 81%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개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통해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현대적 의미의 기업 시초는 1600년 영국 동인도 회사와 세계 최초의 상장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다. 당시 무역항로는 지금으로 말하면 화성에 가는 것만큼이나 위험부담이 컸다고 한다. 폭풍과 해적 등 변수가 많았으며 사고가 없어도 도착까지 최소 1년이 넘게 걸려 개인이 부담하기엔 너무 큰 모험이었다. 기업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흔히 기업을 살아 있는 생물이라 한다. 시장과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양업종, 취약업종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가격에, 이 품질에, 이 디자인에 제품을 사겠느냐고 고객 입장에서 끊임없이 되묻는 기업이다. 직원을 귀히 여기고 정직과 나눔을 우선하는 등 업에 대한 철학도 분명한 기업이다. 중국에서는 기업을 ‘생의(生意)’라 한다. 스웨덴에서는 ‘삶의 자양분(Nourishment for life)’이라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바위를 뚫고 뿌리내리고야 마는 기업의 끈질긴 생명력을 의미하는 듯하다.

초임 지점장 시절, 거래를 유치했던 창업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은행장이 되고 난 뒤 시상식장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국가훈장을 받을 만큼 훌륭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모습에 내 일처럼 기뻤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모두가 이처럼 큰 성공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제 이런 가치들이 성공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빠르게 혁신하고 민첩하게 성공을 낚아챌 수 있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주축이 돼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중소기업일 것이다.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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