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IoT코리아] "제품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美 IoT 제조벤처, 크라우드펀딩 타고 날 때

입력 2015-01-21 21:13   수정 2015-01-23 11:41

(3) 취약한 하드웨어 벤처 생태계

IoT기기 생태계 빈약 자본 조달 어려워…20代 제조업 창업 '기피'
스마트 팔찌 만든 직토, 국내 아닌 해외서 투자
웨어러블기기 시장, 이러다 中에 다 뺏길 판



[ 박병종 기자 ]
네스트(32억달러), 비츠(30억달러), 오큘러스VR(20억달러). 지난해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각각 인수한 실리콘밸리 대표 스타트업이다. 네스트는 가정용 온도조절기를 기반으로 가전기기를 묶어주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다. 비츠와 오큘러스VR은 헤드셋 형태로 각각 음악과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진입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IoT 제품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IoT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하드웨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17년까지 IoT 제품의 50%가 생긴 지 3년이 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아 관련 창업이 거의 일어나고 않고 있다.


자본조달 장벽 높아

스마트 팔찌 아키(Arki)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직토(Zikto)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키는 기존 웨어러블 밴드가 일반적으로 제공하던 운동량, 심박수 정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걸음걸이까지 분석·교정해주는 신개념 제품이다. 직토는 수만명의 일반인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자금을 모으는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6만5000달러(약 1억7800만원)를 끌어모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식 투자를 받기는 녹록지 않다. 김경태 직토 대표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제품부터 가져오라고 하는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시제품을 만드는 데까지만 해도 수억원의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폰 앱 업체와는 다른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생리를 이해해주는 투자자가 별로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 비해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 시제품을 만드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 일단 제작에 들어간 뒤에는 내용을 변경하기 어려우며, 판매·배송 비용은 물론 사후관리(AS) 부담까지 있다.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앱장터에 올리면 돈이 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은 부진하다. 기술보증기금의 2014년 신규 창업 기업 데이터에 따르면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관련성이 높은 20대 제조업 창업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요원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창업자의 신용과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받고 약 6개월 후에 완제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조달하기 좋다. 직토가 킥스타터에 도전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모금 방식과 각종 규제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로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결합한 카이로스워치의 양선종 대표는 “6개월 후에 제품을 배송하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에 대한 불신으로 한국이 아닌 해외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는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등에 대한 규제가 국내 크라우드펀딩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제조 기반 전무

현 정부 들어 창업 보육기관은 늘고 있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다. 김도균 직토 프로덕트 매니저는 “최근 각광받는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 하드웨어 플랫폼과 3D프린터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작소’가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보급하는 3D프린터는 품질이 나빠 제품 개발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뒤 양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에 공장은 많지만 스타트업 제품 생산에 선뜻 나서는 곳은 드물다. 자금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을 믿고 최소 수억원이 들어가는 생산라인을 개설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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