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의 '이상한 실험'…사물인터넷 길을 찾다

입력 2015-01-26 20:33   수정 2015-01-27 04:26

인사이드 스토리
20여 가정에 CCTV…24시간 일거수일투족 16일간 관찰

소비자 생활패턴 다 달라…'나 중심' 전략 수립 계기로
수면 신호 자동감지 기능 등 시간·비용절감 서비스 개발키로



[ 김보영 기자 ] “고객의 집 안을 직접 들여다봐라.” 지난해 3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은 서비스개발(SD)본부에 특명을 내렸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SD본부는 즉각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하는 행동 패턴을 알아내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설문조사나 포커스그룹 인터뷰가 아니었다. 아예 소비자의 집 안에 CCTV를 설치해 관찰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통계청의 형태별 국내 가구 분포를 참고해 20여가구를 집중 관찰 대상으로 선정했다. 각 가구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 거실과 현관, 주방 등 공동생활공간에 CCTV를 달았다. 침실 등 개인생활공간에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행동을 직접 기록하게끔 했다. 16일 동안 각 가구 구성원이 식사하고 TV를 보는 모습,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너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LG유플러스의 이 ‘이상한 실험’은 IoT 시대 스마트홈 전략만큼은 소비자의 진짜 수요를 바탕으로 짜자는 이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 KT에 이어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지만 IoT 시대엔 치밀하게 준비해 1등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에 다시 한번 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CCTV 영상을 분석해 여가생활, 집안관리 등 20여개의 카테고리로 묶었다. 그 아래 청소, 세탁, TV시청, 이동 등 수백 가지 행동을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영상에 담긴 소비자들은 놀랍도록 서로 달랐다. 이른바 전형적인 몇 인 가구의 모습은 없었다. 한 4인 가구 가정은 한밤중에 저녁을 먹었다. 간단히 때우는 것도 아니고 삼겹살을 구워 먹는 등 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4인 가구는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는다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식탁에 의자가 없는 3인 가구도 있었다. 이 집에서 식사는 빠르게 에너지를 채우는 행동이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식사라는 단순한 행위조차 전형적인 틀 안에 끼워넣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실험에서 ‘나 중심(me-centric)’이란 IoT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발견했다. 고객은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개념을 기반으로 LG유플러스가 IoT시대 소비자에게 제공할 5대 핵심 서비스로 △시간 관리 △비용 절감 △안전 향상 △정보 공유 △감성 관리를 꼽았다.

예컨대 상당수 가구가 TV를 켜놓은 채 잠이 든다는 점에 착안해 수면 신호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기를 개발하거나 공통 패턴을 보이는 행동 양상은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것 등이다. 여기서 ‘주부의 잃어버린 두 시간을 돌려준다’는 서비스 캐치프레이즈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임원들과의 신년 워크숍에서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이라는 한자 성어를 인용해 IoT 시대를 치밀하게 준비할 것을 다시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00리를 가려는 사람이 90리를 오고서 절반쯤 왔다고 여긴다는 의미”라며 “느슨해지면 이미 이룬 90%가 소용없다. 나머지 10%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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