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안 낫는 목 감기…알고보니 역류성식도염

입력 2015-02-07 03:05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감기 증상과 비슷한 질병들

목 붓는 느낌 감기와 비슷…섣부른 '자가진단' 위험
오한·발열 증세 보이는 치질도 몸살과 헷갈리기 쉬워
2주 이상 감기 지속되면 피검사 등 정확한 진단을



[ 이준혁 기자 ]
계절성 독감으로 인한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지난달 143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 중 성인 81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독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하원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독감 유행 경보가 발령됐다. 이달 중순께 독감이 가장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온이 들쭉날쭉하며 여기저기서 코를 훌쩍이는 사람이 늘었다. 콧물·기침에 열·오한이 나면 대부분 감기로 ‘자가 진단’하고 집 구급함 속에 들어 있는 종합감기약을 꺼내 먹거나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입한다. 하지만 상당수 질병의 증상이 독감·감기와 비슷해 정확한 진단 없이 감기약부터 먹다가는 큰 병을 놓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상이 비슷한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치루·역류성식도염·결핵·폐렴 등이 있다. 백혈병이나 에이즈(AIDS)도 가끔 감기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열 나고 온몸 욱신거리는 치질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리면 흔히 몸살 감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질의 중요한 초기 증상도 몸살처럼 열이 나고 욱신거리는 증상이다. 항문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고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생기는 치질은 처음엔 항문 쪽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염증성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염증으로 인해 전신에 미열이 나고 오한·발열·근육통에 두통까지 생긴 후 기간이 지나야만 곪는 부위가 커져 항문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양형규 양병원 원장은 “치질(치루) 환자의 대부분이 초기에 혼자 감기약을 먹거나 병원에서 몸살 감기 주사를 맞고 다니다가 항문에 고름이 심하게 커져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기침·가래·피로감 비슷한 비염

기침을 하면 으레 감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감기가 아니면서 호흡 기관에만 문제가 생겨도 기침이 일어난다. 결핵은 기침과 더불어 가래·피로감·미열 등 감기와 거의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여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결핵은 옛날 병이라고만 생각하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핵은 기침·미열 외에 가슴통증·호흡곤란 등의 증세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면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등의 특징도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식을 감기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과 호흡곤란·기침 등이다. 감기와 구분되는 증상은 열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요즘처럼 기온 변화가 크거나 먼지 등과 접촉할 때마다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리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감기와는 상관없는 질환이다. 원인 물질을 멀리하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코 세척,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뿌리는 것 등의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목 붓는 역류성식도염

역류성식도염이 있을 때도 목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식도로 역류한 위산이 목의 임파선 부위를 자극해 목이 따갑고 붓는 느낌이 난다. 침을 잘 삼킬 수도 없고, 기침도 간간이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단순한 목 감기로 생각하고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어서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 속의 음식물이 식도로 거슬러 올라오지 못하게 조여주는 근육이 느슨해져 음식물에 섞인 위산이 식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근육이 느슨해지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식 후 바로 누워 잠자거나 과음 후 토하기, 알코올과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해 식도를 자극할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명적인 독감 합병증

류머티즘성 관절염·백혈병·장티푸스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들 중에서도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다.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네 명 중 한 명은 사망하는 장티푸스는 처음에는 두통·발열·기침과 함께 감기 몸살 기운만 1~2주가량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무력감·식욕 감퇴·설사·변비·고열이 반복해 나타나므로 조기에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류머티즘성 관절염 역시 발열과 근육통 및 피로감을 동반하면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감기약만 먹고 관절염 치료를 하지 않으면 손목·손가락·어깨·발목 등에서 서서히 경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백혈병 중에서 만성 백혈병은 초기 특별한 증상 없이 미열과 무력감 등만 나타난다. 감기약만 먹고 있다가 종양이 크게 번지는 경우도 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푹 쉬고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치료를 받되,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검사 등 각종 검사를 정확히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양형규 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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