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인적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는 자신을 떠올려보자. 골목이 구불구불해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도 알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무서움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범죄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도 떼기 어렵고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럴 때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 마음이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큰길까지 무작정 뛰는 것도 무서움을 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뿐 뛰거나 전화통화를 해도 범죄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때 가로등이 골목을 훤히 비추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가로등의 존재는 길을 걷는 사람의 심리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범죄의 피해자가 될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가로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한 사례들이 있다. 1990년대 뉴욕은 높은 범죄율 탓에 치안이 불안한 도시로 미국 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범죄가 빈번한 장소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조도(illuminance)를 높이자 범죄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일본의 몇몇 도시는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해 가로등의 불빛을 파란색으로 바꾸었고, 이후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파란색이 범죄자의 마음까지 누그러뜨린 것이다.
비경합성·비배제성 지닌 공공재화
가로등은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범죄 예방에 있어 매우 유용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집 앞에 각자 가로등을 설치한다면 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스스로 공공재인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재란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화나 서비스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가로등 불빛을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소비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로등 밑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로등 불빛을 이용할 수 있고, 받는 혜택도 동일하다는 얘기다.
한편 비배제성이란 개인이 공공재를 대가 없이 소비해도 이를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의 통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가로등 설치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도 가로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해 혜택을 누림에도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무임승차자’라고 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가로등은 시장에서 필요한 양만큼 충분히 설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경합성 때문에 가로등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가격을 책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鳧?책정한다고 해도 비배제성, 즉 무임승차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가로등의 설치를 개인이나 민간 기업에 맡기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가로등이 공급되지 않아 시장 실패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는 현상은 비단 가로등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에 속하는 재화나 서비스라면 무엇이든 과소 공급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군인들이 제공하는 국방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과소 공급 문제 발생
어떤 국가든 적의 공격을 막고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국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방의 책임을 국민 개개인이나 시장에 맡긴다면 가로등의 경우와 같이 과소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방 역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군인들이 제공하는 국방서비스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한 사람이 국방서비스의 혜택을 누려도 다른 사람의 혜택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이로 인해 국방서비스는 비경합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를 수호하는 데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용을 지급한 사람에게만 국방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국방이라 함은 국민 개개인뿐만이 아니라 국토 전체를 방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방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방서비스가 비배제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이로 인해 무임승차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국방의 책임을 민간에 맡기면 필요한 만큼 국방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국방서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재는 정부에 의해 생산되고 공급되고 있으며, 또한 정부는 공공재 생산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강제적으로 징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방서비스의 비용뿐만 아니라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는 인력 또한 공권력을 통해 강제하고 있다. 국가가 법률로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해 일정 기간 군대에 복무하게 하는 징병제도 그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군인이 강제징병에 의해 의무복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인을 직업으로 삼고 국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직업군인이 바로 그들이다.
병사 지휘하는 부사관·장교
직업군인은 병(兵), 즉 병사를 지휘하거나 지휘관을 보좌하는 군인으로, 군사 훈련 및 작전을 수행하고 군대의 경영과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직업군인은 크게 부사관과 장교로 나눌 수 있는데, 부사관은 장교와 병사 사이에 위치한 간부를, 장교는 지휘관과 참모를 가리킨다. 또한 장교는 다시 위관급, 영관급, 장관급으로 나뉘는데, 위관급은 계급상으로 소위·중위·대위, 영관급은 소령·중령·대령, 장관급은 준장부터 대장에 이르는 장군(스타)을 말한다.
그렇다면 직업군인이 되는 길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부사관은 부사관 시험에 지원해 선발되면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다. 부사관 시험에 지원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현재 복무 중인 병사,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만 18세 이상 27세 이하의 고졸 이상자, 30세 이하의 고졸 이상 예비역, 대학 장학생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여군 부사관을 선발하는 별도 시험을 통과하면 부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장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우선 위관급 장교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흔히 ROTC라고 하는 학군사관후보생이나 학사장교가 돼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위관급으로 임관할 수 있다. 육군3사관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위관급 장교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데, 3사관학교는 만 19세에서 25세 미만의 미혼남녀 중 4년제 대학을 2년 이상 수료했거나 2년제 대학을 졸업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영관급과 장관급 장교는 위관급 장교로 복무해야 진급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공재 : 국방, 치안, 등대 등과 같이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고 있어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직업군인 : 병사를 지휘하거나 지휘관을 보좌하는 군인을 말한다. 평시에는 병사의 교육과 훈련을 지휘하고 작전계획을 연구하며, 유사시에는 적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토를 방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직업군인으로는 크게 부사관과 장교가 있으며, 장교는 다시 위관급, 영관급, 장관급으로 나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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