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재추진 '포이즌필', 이번엔 도입될까

입력 2015-02-23 21:14   수정 2015-02-24 03:52

재계, 법제화 공식 요청

"적대적 M&A 방어하고 원활한 자금조달 가능"
정부 조만간 부처간 협의…'2차 규제기요틴' 과제 결정



[ 이태명 기자 ] 재계가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법제화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포이즌필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처했을 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다. 2010년 한 차례 도입이 검토됐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2차 규제 기요틴 과제로 ‘신주인수선택권’을 법제화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23일 밝혔다. 신주인수선택권은 특정 기간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정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국의 워런트, 일본의 신주예약권과 같은 개념이다. 국내에선 ‘포이즌필’로 알려져 있다.

신주인수선택권은 특정인(기업)이 A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20%의 지분을 취득한 경우 A사가 기존 주요주주들에게 주식을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기업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경련이 이 제도 도입을 건의한 건 국내 상법상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전면 개방으로 국내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폐지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대거 없애면서 투기세력이 포함된 적대적 M&A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이후 샘표식품, 태원물산, 에스디, 엔알디 등의 기업이 경영권 위협을 받았고 최근에도 신일산업, 광희리츠 등이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또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도산위기에 빠진 기업이나 신생 기업은 주식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데, 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면 경영권 불안 리스크가 사라져 채권자나 투자자로부터 손쉽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이 같은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차 규제기요틴 과제 취합 및 추진 일정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은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신주인수선택권 도입 가능성은 ‘반반’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우선 ‘신주인수선택권이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신주인수선택권이 평시에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비상시에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남용 방지책을 마련한다면 도입해볼 만한 제도”라고 말했다.

■ 포이즌필

poison pill. 적대적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 경영권을 노리는 기업이 해당 기업을 쉽게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에서 포이즌필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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