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신이식

입력 2015-02-26 20:35   수정 2015-02-27 05:14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경제가 발전하면서 깨끗한 위생, 균형잡힌 영양으로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가 나쁘면 산해진미도 소용없다. 틀니 브리지 임플란트 같은 인공 신체가 치아 쪽에서 먼저 발달한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입안의 인공장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의족, 의안에다 요즘은 인공관절도 꽤 쓸 만하다. 미국선 인공안구가 실용화됐다는 보도다.

하지만 몸속 장기는 현대 의과학으로도 만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아일랜드’ 같은 상상도 있기는 하다. 복제된 자기가 격리된 무균지대에서 길러져 진짜 본인에 이상이 생길 때 장기를 교체하는 비즈니스다. 그러나 영화일 뿐 내장 장기는 아직은 이식이 현실적 대안이다. 간도, 심장도 이식된다. 수험생이 부모에게 신장 한 쪽을 떼준 정도는 화제 축에도 못 낀다. 한때 장기이식 희망자들이 법적 논란 등을 피해 중국을 찾더니 요즘은 인도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생명윤리와 결부되면서 어디서나 논란이 이어진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의가 전신이식 수술이 2년 내 가능하다고 주장해 화제다. 학술지에 전신이식 개념을 소개하고 프로젝트 참여자도 모으겠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 머리에 숨진 사람의 몸을 붙인다는 것이다. 뇌에서 척추, 온몸의 뼈까지 미세한 신경조직을 연결할 수 있다면 노벨상이 문제일까. 이 의榮?윤리문제가 진짜 걸림돌이라 했지만 윤리는 종종 후행적 문제였다. 복거일의 과학소설 ‘내 몸 앞의 삶’에 나온 대로다. 25년 복역을 마친 40대가 딸 결혼을 위해 거금을 받고 60대와 육신교환 수술을 한다는….

이미 1970년대에 미국에서 원숭이의 몸과 머리를 바꾸는 수술이 시도됐다. 지난해 중국 하얼빈의대는 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험수술을 했다. 결국 인체도 대상이 될 것인가. 성공 확률보다 더 궁금한 것은 치료받은 사람의 정체성이다. ‘누가 주체, 즉 나인가’ 하는 질문이다.

왜 머리 교체가 아닌 전신이식이라고 부를까. 몸이 다 바뀌어도 자기정체성의 기준은 여전히 머리라는 뜻인가. 심장 이식자의 경우 음식 기호가 달라지고 성격도 변한다는 연구를 보면 감정의 일부는 가슴에 존재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유물론이냐, 유심론이냐의 역사적 단서가 생물학을 넘어 의과학에 달린 상황이라는 말도 된다. 현대 생물학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의과학은 인간존재의 철학적 물음들을 근본에서부터 흔들게 될 것 같다. A의 머리와 B 신체로 다시 일어선 그는 A인가, B인가. 그 규정은 또 누가 하나. 단지 법적 문제를 넘어 철학적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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