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커피 이름의 유래

입력 2015-03-10 20:3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7세기 말 프란치스코 수도회 사제인 마르코 다비아는 오스만군으로부터 신성로마제국 수도 빈을 지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오스만군이 버리고 간 커피 원두를 발견한 그는 이를 끓인 원액에 우유를 첨가한 갈색 커피를 만들었다. 그 색깔은 그가 속한 수도회 분파 카푸친의 사제복과 닮았다. 빈 시민들이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를 카푸치노라고 불렀다.

커피의 문화사에는 이런 얘기가 많이 포함돼 있다. 커피의 기원에도 북아프리카 에티오피아설과 아라비아반도 예멘설이 있다. 에티오피아설에는 양치기 소년이 발견한 빨간 열매, 예멘설에는 모카 항구 인근 사막으로 쫓겨난 이슬람 사제 얘기가 등장한다. 지금은 에티오피아설이 유력하지만, 커피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은 예멘 지역의 아랍인 덕분이었다.

모카는 이슬람 성지 메카로 향하는 해상 루트의 종착점이었다. 당시 아랍인들이 마시던 커피가 이곳을 거쳐 이슬람 전역과 유럽 각국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모카는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커피의 이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생산 국가명, 수출 항구명, 등급, 형태, 생산 지역명, 생산 농장명 등이다. ‘예멘 모카’ 등 국가명과 항구명, ‘콜롬비아 수프레모’ 등 국가명과 등급,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2’ 등 국가명과 지역, 등급을 함께 쓰는 것도 있다.

일상에서 쓰는 용어 중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로 ‘빠르다’는 뜻이다. 전용 기계로 고온에서 급속하게 뽑아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드립커피는 원두를 갈아 여과지에 넣고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것이고, 카페라테와 카페오레는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로 우유를 섞어 마시는 커피를 뜻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시는 것으로 정통 유럽식이 아닌 미국식이다. 2차대전 때 미군이 배급받은 커피를 최대한 많이 마시기 위해 물을 탄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한 커피하우스에서 이를 모의했다고 하는데, 이를 계기로 차는 영국 식민지배의 상징, 커피는 독립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서 반미 감정이 높아졌다는 소식과 함께 최근 크림반도의 일부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가 사라졌다고 한다. 러시아의 반서방 전술에 첫 과녁이 된 모양이다.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의 상징성이 크니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크렘린의 반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우스꽝스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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