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위조꾼 뺨치는 '겁없는 10대들'

경찰 '부정결제' 18명 적발

대포차·대포폰으로 치밀한 범행
유흥비 사용…범죄수법 전수도


[ 홍선표 기자 ]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외국인의 금융정보를 불법 구매해 신용카드를 복제하고, 이를 사용해 수억원의 금품을 빼돌린 10대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신용카드를 불법 복제해 사용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로 이모군(15) 등 8명을 구속하고 표모군(15)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군 등은 지난해 10월 물품구매 사이트인 아마존에서 신용카드 복제에 필요한 장비인 ‘리드 앤드 라이터기’(일명 스키머)를 구입했다. 이어 외국 메신저인 ‘QQ’와 ‘ICQ’를 통해 외국인의 카드정보를 구입한 뒤 자택에서 복제 신용카드 60장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카드 정보 한 건당 1만~7만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비트코인을 이용해 대금을 지급했다.

이군 등은 이렇게 만든 복제 신용카드를 사용해 되팔기 쉬운 컴퓨터 부품을 구입하거나 유흥비용으로 쓰는 등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795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을 부?결제했다. 구매한 컴퓨터 부품 등을 장물업자에게 되팔아 6000여만원은 현금화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를 사용하는 등 성인 못지않은 치밀함을 보였다.

이군은 자신의 범행 수법을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기까지 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송모군(19)에게 신용카드 복제장비를 판매한 뒤 채팅과 컴퓨터 원격 조종으로 복제기법을 가르쳤다. 송군은 이군에게 배운 수법으로 신용카드 29장을 불법 복제해 163차례에 걸쳐 4000여만원을 부정 결제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밖에 경찰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며 고객이 건넨 신용카드의 정보를 소형 리드 앤드 라이터기로 재빨리 복제해 신용카드를 위조한 또 다른 송모씨(35)와 러시아에서 위조한 러시아 법인 명의 신용카드를 한국에서 사용하다 붙잡힌 주모씨(22) 등이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명의의 카드를 복제해 사용하면 피해 사실이 피해자에게 곧바로 알려지지 않아 몇 달 동안 범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복제 신용카드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카드 가맹점에서 카드 겉면과 매출 전표에 있는 카드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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