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K패션을 말하다 ②] 한국의 지미추 이보현, 세계 1위 백화점 사로잡고...

입력 2015-03-19 15:40   수정 2015-03-22 09:04

2015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됩니다. 한경닷컴은 국내 최대 패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 개막을 맞아 패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서울컬렉션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세 편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보는 한국 패션 시장과 패션 한류의 미래에 대해 다룹니다. [ 편집자 주 ]

[ 오정민 기자 ] "한국 패션계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붙잡고 있을 수 없습니다. '슈콤마보니' 신발은 생산, 판매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쳤습니다. 슈콤마보니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이하 코오롱FnC)에 인수되면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어요. 사업을 확장하면서 더 바빠지더군요."

'한국의 지미추'로 불리는 이보현 코오롱FnC 이사는 "타이밍이 생명인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이사는 2012년 슈콤마보니가 코오롱FnC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서울컬렉션 쇼의 막바지 작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한국 슈즈 디자이너 1세대인 그는 2010년 신발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슈콤마보니를 서울컬렉션 쇼에 세웠다. 이달 21일에는 슈퍼콤마비의 새 라인인 멀티패션 브랜드 '슈퍼콤마비'로 오랜만에 서울컬렉션에 돌아간다.

이 이사가 패션계에서 일한 지는 벌써 30년째다. 대학 졸업 전인 1985년 남성복 디자이너로 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디자인 실장까지 오른 뒤 퇴직하면서 구두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친구의 소개로 1994년 구두 수입상 일을 시작했고, 이후 유명 패션 브랜드에 구두를 제작해주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은 접었지만 이는 본인의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설립하는 밑거름이 됐다.

슈콤마보니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신발을 사랑하는 '슈즈홀릭'인 이 이사의 눈에 차는 구두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과거에는 수입되던 해외 브랜드가 제한적이거나 가격이 너무 고가였다"면서 "신고싶은 신발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브랜드명은 신발(슈)의 음성표기(sue)와 쉼표(콤마·comma), 이 이사의 영문이름 보니(bonnie)를 조합해 만들었다.

신발에 대한 깊은 애정 만큼 원하는 구두를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구두공장을 다니면서 제작단계를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화려한 색감의 이탈리아산 수입 가죽을 사용하고 반짝이는 크리스탈 등으로 장식한 아찔한 킬힐을 선보였다. 이 이사의 감각적인 디자인에 패션피플들이 열광했다.

40켤레의 구두로 시작한 청담동 첫 매장은 '청담동 만원버스'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소문에 연예인들이 먼저 찾아 레드카?구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수백만원대 해외 고가 브랜드 구두를 신은 손님들과 연예인들이 슈콤마보니의 진가를 알아봤다"며 "색다른 디자인 뿐 아니라 동양인에 맞춘 족형(발모양)으로 제작해 더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디자인을 인정받아 유수의 유통업체에서 슈콤마보니 제품을 모셔갔다. 2011년 세계 최고 백화점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쁘렝땅백화점에 슈콤마보니가 입점했고, 영국 헤롯백화점의 한국 상품 초대 전시회에도 제품을 선보였다. 해외 편집숍에선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들과 함께 진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일반인에게 슈콤마보니 브랜드가 알려진 계기는 주특기인 하이힐이 아니라 워커부츠였다. 딸이 신는 닥터마틴 제품에서 착안해 디자인 한 워커가 대히트를 친 것. 드라마에 출연한 패셔니스타들이 줄줄이 슈콤마보니의 워커를 신고 등장해 '공효진 워커', '한가인 워커' 식으로 애칭으로 불렸다. 거리에는 유례 없이 국내 브랜드의 짝퉁 제품이 깔렸다.

이 이사는 "신고 싶어 디자인 한 구두일수록 소비자들이 열광했다"면서 "1세대 슈즈 디자이너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제품 원단부터 재고관리, 자금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2012년 이 이사는 브랜드의 영속성을 위해 코오롱FnC와 손을 잡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미추가 (라벨룩스 인수 후) 창업자 지미추 없이도 명품 브랜드로 남았 듯, 슈콤마보니도 계속 살아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 편입 후,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고 슈콤마보니는 특유의 매력적인 제품을 쏟아냈다. 불경기에도 충성고객들은 꾸준히 지갑을 열었다. 코오롱FnC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 250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두 배 수준인 450억원으로 뛰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슈콤마보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영역을 재차 확장한다. 운동화를 주력으로 한 멀티패션브랜드 '슈퍼콤마비'를 선보인 것.

이 이사가 최근 몇 년간 골몰하고 있는 신발은 운동화(스니커즈)이다. 슈콤마보니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하이톱 스니커즈에 이어 이번엔 슬립온 스니커즈를 주력 제품으로 꼽았다. 하이힐 만큼 스니커즈에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2010년부터 공장을 찾아다니며 운동화를 제작 과정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이번에는 아웃솔(밑창)이 단순한 고무창이 아닌 구조적으로 변형한 슬립온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슈즈 디자이너인 이 이사는 패션 한류인 K패션이 힘을 얻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도움 등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스타마케팅 시장이 너무 커져버렸지만, 한류 스타들이 대의적으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애용하고 관심을 갖기를 당부했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인 스티브J&요니P, 계한희, 고태용 씨 등 인재가 뛰어난 성과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흐름이 발생했다"며 "디자이너 본인이 생산부터 홍보까지 전부 관여해야 하는 한국 패션업계 시스템상 한류 스타들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뽀杉?

30대에는 40대가 되면 일을 그만두려했다는 이 이사는 지금도 새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일을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 답한 것.

그는 "신발에 대한 사랑이 곧 인생"이라며 "일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 사진=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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