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들이 건축한 거대한 성(城)의 왕국

입력 2015-03-30 07:00  

인도 조드푸르

메헤랑가르 성에서 내려다 본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
집집마다 벽이 온통 푸른색…바다에 떠 있는 마을 같아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 사막에 둘러싸여 환경은 척박하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인도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푸른 물결 넘실대는 조드푸르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 집단으로서, 자부심으로 가득했으며 누구보다 용감했다. 전사들은 전세가 기울면 적진으로 돌진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Johar)의 전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끌어안았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조드푸르(Jodhpur)다. 임수정과 공유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에도 등장했던 도시다.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에서 주인공은 첫사랑 김종욱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조드푸르의 명소인 메헤랑가르(Meherangarh) 성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커다란 대포가 구시가지를 향한 것을 볼 수 있다.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시간이 흘러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성들은 이제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됐다.

메헤랑가르 성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집집마다 벽을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 놓아 흡사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가 푸른색에 집착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인도의 최상위계급인 브라만의 고유 색깔이 푸른색이기 때문. 1459년 조드푸르가 마르와르 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당시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과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집에 파란색을 칠했다. 다른 계급 역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염원으로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급기야 도시 전체가 푸른색 물결로 뒤덮였다. 이 때문에 조드푸르는 ‘블루 시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막 위의 불가사의한 풍경, 메헤랑가르

메헤랑가르 성은 125m의 높은 언덕에 웅장하게 서 있다. 15세기 중엽 착공돼 19세기 초에 완성됐으며,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성은 2006년 제작된 영화 ‘더 폴’에서 악당이 사는 곳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치열한 액션 장면은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됐다.

메헤랑가르 성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띤다. 사막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붉은 사암을 자재로 썼기 때문이다. 사암은 특유의 부드러운 재질 덕택에 세밀한 조각을 하기 쉽다. 격자 세공을 한 성의 발코니와 섬세한 조각을 새긴 창틀 등은 사암의 이런 특징을 잘 이용했다.

성의 내부는 여러 개의 안뜰과 궁정으로 이뤄져 있다. 왕의 행차에 사용되던 소품, 왕의 초상화, 풍속화 등을 전시 중이다. 궁정 모습과 왕의 행차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왕의 침소다. 누구라도 한 번쯤 머물고 싶다는 욕심이 들 만큼 아름답고, 갖가지 색을 칠한 유리가 방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메헤랑가드 성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에 닿는다. 골목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소떼와 인도의 택시인 오토릭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이 골목을 계속 따라가면 사르다르 마켓에 갈 수 있다. 채소와 향료, 인도과자, 직물, 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인도의 밀크티에 해당하는 차이를 마시며 바라보는 메헤랑가드 성의 야경도 꼭 한 번 볼 만하다.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과 인도항공이 델리까지 직항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타이항공도 방콕을 경유해 델리로 간다. 델리에서 주요 도시들이 기차로 연결돼 이동이 어렵지 않다.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하면 숙박비도 절감된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긴소매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드푸르는 관광도시라 숙소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옛날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부터 값싼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하다. 달이라고 불리는 인도식 수프는 삶은 콩에 향신료 마살라를 가미해 만들며, 밥에 섞어서 먹는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구경하기 힘든 인도지만 요구르트에 절인 닭고기에 향신료를 가미한 탄두리 치킨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조드푸르(인도)=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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