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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분쟁 끝낸 삼성·LG] "경제 어려울 때 힘 합치자"…그룹 최고경영진 '통 큰 결단'

입력 2015-03-31 20:40   수정 2015-04-01 15:58

소송 5건 모두 취하

2월 청와대 회동서 오너들 화해 교감한 듯
"향후 갈등도 대화 해결"



[ 남윤선 기자 ]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지난해 소송을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9월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독일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두 회사는 원색적인 표현을 주고받으며 서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러던 두 회사가 31일 모든 분쟁을 종료하기로 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힘을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구본무 LG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경영진이 이심전심으로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치열한 경쟁이 소송의 원인

두 그룹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3개 사건에 총 5건이다. 가장 치열한 것은 조 사장의 세탁기 파손 혐의를 둘러싼 분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2015년 가전 분야 세계 1위’ 목표를 내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LG전자의 가전사업을 이끄는 조 사장이 개입된 사건이 터져 관심을 모았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놓고도 갈등이 있었다. 2012년 양측은 서로 기술을 빼갔다며 검찰에 진정을 넣었다. 전자업계에서는 LG가 세계 최초로 OLED TV를 대량 생산하면서 불거진 양측 간 자존심 싸움이 소송을 통해 격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어컨 영업비밀 사건도 비슷하다. 삼성이 국책과제를 위해 정부 측에 제출한 보고서를 기술력이 부족한 LG가 빼냈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과 기술 자존심 싸움이 소송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과거 털고 신사업 개발에 주력

이번 화해는 구 회장과 이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양사 사업부 최고경영진의 감정은 최근까지도 좋지 않았다.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상대 회사를 두고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류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오너의 의지뿐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 체제를 준비하며 회사와 관련된 악재를 가능한 한 정리하려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3년 넘게 끌어온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이 백혈병에 걸려 소송을 제기한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도록 지시했다. 또 사물인터넷(IoT), 기업 간 거래(B2B) 등 각종 신사업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도 지난해 3%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감정싸움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구 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2월24일 두 사람은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화해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 발생하면 대화 통해 해결”

두 그룹 간 소송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죄목은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형사 건이 많다. 형사 소송은 양측이 합의했다고 해서 소송이 중단되지 않는다. 일단 양측은 고소를 취하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하기로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간에 형사 건을 합의한 경우 재판은 진행되지만 재판부가 무죄 및 무죄에 준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합의서에 “앞으로 갈등이 일어날 경우 소송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합의하겠다”고 명문화한 것도 주목된다. 양사는 현재 진행 중인 5건 말고도 많은 소송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각사 최고경영자 명의로 합의서를 공개한 만큼 앞으로 법적 갈등이 줄어들 전망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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