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선봉, 무한한 책임감 느껴"

입력 2015-04-01 21:19   수정 2015-04-02 03:58

'암예방의 날' 국민포장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젊을 때 잦은 입원, 환자 마음 알아
선진국 병원 앞서는 암 치료 실적
故 정주영 회장 의료진 존중 '감사'



[ 이해성 기자 ] 대장암 수술 권위자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과장·사진)이 지난달 20일 제8회 암예방의 날 국민포장을 받았다. 지난 22년간 아산병원에서 일하면서 암 환자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산병원에서 최근 만난 그는 매일 수술실에서 암과 사투를 벌이는 외과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끔한 외모와 훤칠한 키를 자랑했다. 유 원장은 “생명을 살려낸다는 원초적인 보람, ‘내가 선봉이다’라는 뿌듯함이 늘 즐겁고 고맙다”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암 수술에 정평이 나 있는 아산병원 내에서도 대장암 수술 성과는 두드러진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미 2년 전 국내 최초로 대장암 수술 2만건(직장암 9100건, 우측대장암 4600건, 좌측대장암 6300건)을 달성했고 현재 2만4000건을 돌파했다. 항문을 살리는 문제 때문에 까다로운 직장암 수술의 경우 1기 조기직장암에서 5년 생존율(완치율) 94.1%, 진행성인 2·3기에서 각각 87.8%, 75.4%를 기록했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도 앞서는 실적이다. 유 원장은 효율적인 암 치료를 위해 국내에 진료과 간 통합진료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착시켰다.

유 원장의 ‘환자 사랑’은 청년 시절 겪은 사고와도 관련이 있다.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부산으로 MT를 갔을 때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졸음운전을 해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고 안면골절 등 중상을 입어 서울로 이송돼 긴급수술을 받았다. 동승한 대학 친구는 척추가 부러졌다. “환자가 돼 보니까 그때야 환자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입원 환자들은 주치의 한번 보고 싶어 하루 종일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아침 회진 때 30초 보는 게 전부고…. 간호사가 3교대 하면서 많이 고생하는 ‘참 중요한 분들’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알았어요.” 스키 등 운동을 워낙 좋아해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휠체어를 타고 회진을 돌고, 목발을 짚고 수술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

그의 머릿속에 늘 맴도는 것은 ‘극한의 환자’들이다. 직장암 수술을 받고 호전됐으나 2년 만에 간으로 전이된 환자를 돌봤다. 2년 후 또 폐로 전이가 됐고, 이를 수습하니 임파선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결국 환자는 완치됐고 깊은 고마움을 표하며 병원을 떠났다. “반면 완치 가능성이 큰 2기 진행성 환자를 수술했는데 6개월 만에 간 등으로 전이가 돼 사망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그럴 땐 굉장히 마음이 아프죠. 죄책감도 들고….”

그는 출생 100주년, 타계 14주기를 맞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병원 건물 한창 올릴 ?오셔서 현장을 독려하던 ‘왕회장님’ 모습이 선합니다. ‘의사는 가장 고마운 분들’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존경을 표했습니다. (아산병원) 의사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왕회장님이 만들어 주셨고 그 전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높은 암 치료 성과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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