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콩계 헤지펀드인 어센더캐피털(Ascender Capital)은 지난달 27일 열린 인포바인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 건을 주주제안으로 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주총 전 회사 측은 기존 '감사 1인 이상 3인 이내'였던 정관을 '감사 1인'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시켜 어센더캐피털 측의 주주제안 시도를 사실상 막았다. 정관 변경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고 어센더 측의 주주제안은 자동 폐기됐다.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와 감시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주주제안 제도가 여전히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들은 올해 1700여개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총 43건의 주주제안을 내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불과 13건 만이 살아남았다.
주주는 현행 상법 상 주총 6주 전 주주제안을 해야하지만 회사는 주총 2주 전까지만 주총 안건 공고를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주주는 어떤 안건이 주총에 상정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의안이 상정된 기업은 1728개 상장사 중 25개사(1.4%)에 불과했다. 이들 회사에서 상정된 주주제안은 총 43건으로 이중 13건(30.2%)만이 가결됐다.
주주제안이란 주주가 주총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상법 상 보장된 권리다. 회사 경영에서 소외된 소액주주들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사와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직접 발의할 수 있고, 이 역시 표결에 부쳐진다.
주주제안이 활성화되기에는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주주들이 기업 경영 활동의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할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에 해야 하지만 회사는 안건 공고를 2주 전에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 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사내이사의 보수내역을 대부분 주총이 끝난 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실장은 "우리나라는 어떤 안건이 주총에 상정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다"며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주총을 4~6월에 하는 곳도 있는 데다 회사 경영 활동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주주들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등 해외 자본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총 결의 기간에 여유가 있다.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미국은 개정모범회사법(Revised Model Business Corporation Act) 상 주총 60일 전에는 결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30일 전, 호주는 28일 전, 영국은 21일 전이다. 일본만 우리와 같은 2주 전에 하도록 하고 있다.
보유지분율 요건도 높아 더 많은 주주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제안에 필요한 지분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총 발행주식의 3%다. 상장사의 경우 0.5%(자본금 1000억 미만 상장사는 1%)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1조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투자금액이 2000달러(한화 약 22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국내의 경우보다 훨씬 주주제안 요건이 완화돼 있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은 총 425건의 주주제안에 주총에 상정됐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주주제안 요건이 국내보다 완화돼 있는 상태로 주주의 적극적인 주총 참여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주주제안 적격요건이 높아 일부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주주들의 참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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