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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시이리(是而利)

입력 2015-04-08 20:53  

원칙 준수와 이윤 추구 동시에
바른 삶이 천하의 부 이끌어내

윤동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한 대감이 사람들에게 “하루에 몇 명이 남대문을 드나드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여러 답이 나왔지만 그 대감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거상 임상옥이 말했다. “하루에 남대문을 드나드는 사람은 단 두 사람입니다. 바로 나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과 해로움을 주는 사람, 두 사람입니다.” 소설의 한 장면이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 세상의 이치가 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로움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다산 정약용은 세상일의 가치판단에 대한 철학을 담아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시비(是非)의 저울이고, 또 하나는 이해(利害)의 저울이다. 이 저울에는 네 개의 등급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시이리(是而利)’, 두 번째는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시이해(是而害)’, 세 번째는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비이리(非而利)’, 마지막이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비이해(非而害)’다.”

다산의 말처럼 세상일은 이 네 가지 등급에 다 들어 있다. 그중 문제가 되는 것은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시이해’와 ‘비이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전임 장성이 특정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이 있었고, 어떤 기업의 전 임원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 가장 염려되는 건 ‘시이해’다. 요즘 사람들은 손해된다 생각하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해도 하지 않으려 한다.

올해는 한국콜마 창립 25주년이 되는 해다. 나의 경영 철학은 “원칙은 반드시 지키되, 방법은 부단한 진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삶의 가치를 확립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산의 저울에 비유하면 이상적인 것은 ‘시이해’와 ‘비이리’가 모두 ‘시이리’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시이해’에서 ‘비이리’, 또 ‘비이해’로 가는 게 일반적인 현실일 것이다. 창업한 지 사반세기를 맞이하는 해인 만큼 창업정신과 기본을 다시 생각하며, 올해 경영방침을 ‘시이리’로 정했다.

성공한 삶을 살려면 어떤 삶이 되기를 바라는가. 많이 가진 삶과 많이 베푼 삶 중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다산의 가르침처럼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지는, 천하의 큰 이익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삶이 진정한 삶이다. 죽은 후에도 부자인 사람 말이다.

윤동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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