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MB도 OO교수였다…"대학, 기본 지켜라"

입력 2015-04-17 10:11   수정 2015-04-22 23:04

[교수명칭 인플레시대(하)] 전임교수보다 비전임·강사 많은 대학들


☞ 15일 [교수명칭 인플레시대(상)]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김봉구 기자 ] 정관계 인사의 캠퍼스행 러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위와 연구실적 등 요건을 갖춘 전임교원으로 영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이런저런 명목의 비전임교원 자격으로 교수 명함을 받는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 파문 중심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와 자원외교비리 의혹으로 공격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OO교수’를 맡은 공통점이 있다. 이 총리는 우송대 석좌교수, 이 전 대통령은 한양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몇 차례 강의에 수천만원대 급여를 받아 황제특강 논란이 일었다.

◆ 로비·홍보용 교수 명함 남발에 흔들리는 캠퍼스

이같은 대학들의 교수 영입엔 목적이 있다. 우선 정치인 관료 법조인 기업인 등 유력 인사를 초빙하는 경우다. 전방위 네트워킹 효과가 크다. 로비 성격도 있다. 또 하나는 학교 PR이다. 연예인, 방송인 등 유명인을 교수로 임용해 대학 인지도 상승과 신입생 유치 효과를 노린다.

대학가에선 앞다퉈 정관계 인사를 교수로 모시는 현상을 일종의 투자로 본다. 수십억~수백억원 규모 국고지원사업을 따낼 때 해당 분야 전문관료를 영입, 족집게 컨설팅 받으면 유리한 건 당연지사.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인사가 있느냐 없느냐도 하늘과 땅 차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급하면 지역구, 동문, 교수 인맥 모두 동원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유명인 교수 영입은 입학자원 감소에 맞닥뜨린 대학들이 택하는 손쉬운 카드가 됐다. 특히 방송연예 분야를 비롯한 예체능계가 활발한 편이다. 역시 비전임교원으로 임용하는 케이스가 대다수다. 취업이 중요한 실용학문 분야는 산업체 경력 교수를 대폭 보강하는 추세다. 현장 실무를 가르치는 장점이 있지만 졸업생 취업을 염두에 둔 인맥 쌓기도 상당 지분을 차지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쏠리니 자연히 연구·교육능력 검증엔 소홀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최근 대학이 문턱을 낮춰 정치인, 관료, 기업인을 데려오는 사례가 늘었다. 명백한 경력 세탁이자 로비”라고 꼬집으며 “제대로 된 심의 절차도 없이 무분별하게 들어온 이런 ‘강의 안 하고 논문 안 쓰는 교수’들로 인해 대학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양대·고대 비전임>전임, 외대·이대 강사>전임


교수 명함 남발의 결과는 어땠을까. 저조한 전임교원 비율로 나타났다. 17일 한경닷컴이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 현황’(2014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주요 10개 대학의 전임교원 비율은 평균 57.2%에 그쳤다.

한양대(37.6%)와 고려대(48.5%)는 시간강사를 제외한 교원 중 비전임교원 숫자가 전임교원을 웃돌았다. 서강대도 전임교원 비율(51%)이 절반을 살짝 넘었다. 4년제대 평균치 66.3%보다 높은 대학은 중앙대(70.3%)와 한국외대(69.2%) 두 곳뿐이었다.

한국외대와 이화여대는 강사가 전임교원보다 많았다. 특히 한국외대의 경우 강사 숫자(1339명)가 전임교원의 2배 이상이었다. 강사 최소화 원칙을 세운 성균관대(74명)의 18배에 달했다. 홍원표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어학 계열이 대부분인 학교 특성상 관련 소규모 강의가 많다. 학생 10~20명 내외 분반 강좌를 담당하는 강사를 대거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임교원이 낫다고만 하긴 어렵다. 분야의 특수성에 따라 비전임교원, 시간강사 활용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연구·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전임교원 비율이 줄어들면 대학경쟁력 약화와 강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 "교수 본분·품격 걸맞게 제도 활용해야" 자성론

결국 교수의 본질을 살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 서울권 대학 전임교원인 이모 교수는 “강의하고 논문 쓰는 ‘기본’도 하지 않는 교수가 많아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며 “지금처럼 대학이 교수직을 남발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절차와 적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화여대는 석좌교수 제도를 학문 영역에서 적절히 활용했다. 뇌과학 권위자 류인균 교수, 통섭(consilience) 개념을 국내에 본격 소개한 최재천 교수를 영입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모두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 좋은 대우를 받고 학교를 옮겼다.

해외 석학 영입 방편도 될 수 있다. 최근 돈 자이에 전 독일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장을 석학교수로 임용한 포스텍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임교수로 초빙하긴 어렵지만 관련 제도를 활용해 석학을 모셔올 수 있다”며 “학과 재량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고 국내에 머무는 동안 주거도 제공한다”고 귀띔했다. 국내 강단을 거친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건국대 석학교수),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이화여대 초빙교수) 등이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서울의 한 대학 교무처장은 “정관계 인사나 유명인에 대한 교수직 남발은 지양하되 사회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는 있다”면서 “로비·홍보용 교수 임용과는 구분해야 한다. 교육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형태의 교수를 임용하는 제도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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