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실 국유기업 '도려내기' 시작됐다

입력 2015-04-22 21:31  

101억위안 적자 낸 바오딩톈웨이 첫 부도
'불사 관행' 깨…증시 퇴출도 잇따를 듯



[ 오광진 기자 ] 중국 국유기업인 바오딩톈웨이가 지난 21일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국무원(중앙정부) 산하 군수업체 중국남방공업그룹의 계열사로, 중국에서 비금융사로서 국유기업 채권이 디폴트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부실 공기업 솎아내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 국유기업 운명 시장이 결정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변압기 생산업체인 바오딩톈웨이는 이날 15억위안의 회사채에 대한 이자 8550만위안을 채권자에게 지급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대체에너지 투자 실패 등으로 지난해 101억위안의 적자를 내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바오딩톈웨이의 디폴트 처리는 중국 정부가 부실 국유기업 운명을 시장이 결정하도록 내버려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부실 국유기업이 망해야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간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바오딩톈웨이의 디폴트는 (국유기업 부도의)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부채에 대해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해온 이른바 ‘국유기업 불사(不死)’ 관행을 깨겠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별적인 금융위험 발생을 용인하고 시장화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이렇게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막고 리스크 관리 의식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지는 국유기업 보호막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대해 보호막을 거둬내는 것은 채권시장뿐만이 아니다. 중국 증시에서도 지난해 해운업체 중요우가 국유기업으로는 처음 퇴출됐다. 중국 언론들은 중장비업체 얼중이 두 번째 증시 퇴출 국유기업이 될 처지에 놓였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퇴출 위기에 직면한 얼중은 다음달 2일 주주총회를 통해 상장폐지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상장된 이후 퇴출되는 기업이 적어 우회상장의 타깃이나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좀비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자본시장연구보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 상장사 전체에서 퇴출된 기업 비율은 연평균 0.22%로 한국(4.39%)은 물론 뉴욕 증시(7.29%) 나스닥(9.85%)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중국 정부는 국가 자본이 주도하는 은행업에도 부도를 용인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예금보험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은 은행이 부도날 경우 시장에서 예금자의 피해를 보상하도록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지浩杉?

민간기업 채권 디폴트 잇따라

국유기업 채권 디폴트 소식이 전해진 22일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44% 급등한 4398.49에 마감했다. 디폴트 용인 같은 국유기업의 개혁이 단기적인 연쇄 부도 우려를 부각시키기보다 중장기적인 경제체질 전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는 지적이다.

중국 국영기업은 이제 정리가 시작되고 있지만 민간 쪽에서는 디폴트가 잇따르고 있다. 태양광업체 차오리는 지난해 3월 위안화 채권을 부도처리하며 위안화 채권 디폴트 1호 기업이 됐다. 지난 7일엔 선전증시 상장 인터넷기업 클라우드라이브테크놀러지도 회사채 이자 2억4063만위안을 갚지 못해 디폴트됐다. 이어 20일엔 홍콩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분야 민영기업 카이사가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달러채권이 부도 처리됐다.

NYT 등은 “중국 증시는 활황이지만 실물 경제로 자금이 잘 돌지 않으면서 민영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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