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퀴아오

입력 2015-04-24 20:21   수정 2015-04-27 11:1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열세 살 때까지 그는 빈민촌 잡상인으로 자랐다. 굶주린 소년에게는 좌판의 도넛 냄새가 ‘악마의 유혹’이었다. 눈 딱 감고 먹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도넛은 절제와 인내의 시험대였다. 훗날 그는 “도넛을 내가 먹어버리면 우리 가족도 굶을 것이고 다른 도넛을 살 돈이 없어지니 더 이상 장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했다. 그 출구가 권투였다.

열여섯 살 때 링에 오른 그는 이듬해인 1995년 프로로 전향한 뒤 무수한 진기록을 세우며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 석권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전적 64전57승(38KO)2무5패. 길거리 소년에서 필리핀 국민 영웅이 된 매니 파퀴아오(37). 그의 별명 팩맨(pac man)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이긴다) 해서 붙은 것이다.

복싱 영웅의 신체 조건은 불리했다. 169㎝의 작은 키에 리치(양팔 길이)도 170㎝로 짧은 편이다. 이런 한계를 극한훈련과 초인적인 절제·인내로 극복했다. 또 다른 비결은 속사포 같은 펀치와 발놀림이었다. 2010년 조슈아 클로티와의 경기에서는 12라운드 동안 1231번이나 펀치를 날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남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2013년 말 수해 때는 대전료 191억원을 전액 기부했다. 그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2010년부터는 하원의원까지 겸하고 있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국민이 일을 멈추고 시합을 본다.

그가 내달 3일 펼치는 ‘세기의 대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는 프로 전향 후 19년간 한 번도 패하지 않은 47전 47승(26KO)의 ‘무패복서’ 메이웨더 주니어(38). 183㎝의 긴 리치를 가진 그는 대전료도 어마어마해 스포츠 스타 부자 1위에 올라 있다. 2014년에만 1억500만달러(약 1137억원)를 벌었다.

이번 대전료는 모두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 12라운드 경기가 판정으로 끝난다면 1초에 약 11만5740달러(1억2750만원)다. 이를 둘이 나눈다. 해외 방송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 페이퍼뷰 등을 모두 합치면 약 4억달러(약 4332억원)나 된다. 암표값도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까지 뛸 전망이다.

1974년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이 아프리카에서 벌인 ‘정글의 혈전’이나 1981년 슈거 레이 레너드와 토머스 헌즈의 역전 드라마처럼 화끈한 승부가 이번에도 펼쳐질까. 여기저기서 메이웨더의 판정승을 점치는 모양이지만, 내심 파퀴아오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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