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훈련 중 '관심병사' 출신이 '묻지마 난사'

입력 2015-05-13 20:41  

서울 예비군 훈련장서 총기 사고…3명 사망·2명 부상

1발 표적에 사격하고 일어나 대원 등에 7발 쏜 뒤 자살
"내일 사격, 다 죽이고 싶다" 호주머니에서 유서 발견

軍, 허술한 사격통제 도마에



[ 최승욱 기자 ]
예비군 훈련장에서 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예비군 세 명이 숨지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국방부와 육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7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송파·강동지역 동원예비군 훈련장 내 사격장에서 52사단 210연대 소속 최모씨(24)가 엎드려쏴 자세로 K-2 소총으로 25m 떨어진 표적에 한 발을 쏜 뒤 벌떡 일어나 주변의 예비군 대원에게 일곱 발을 발사하고 자신의 이마에 한 발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 탄창에는 한 발이 남아 있었다.

예비군 20명이 20개 사로(사격구역)에서 사격자세를 취한 후 사격 개시 신호가 떨어지자 가장 왼쪽인 1사로에 있던 최씨는 한 발만 발사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자신의 뒤에 있던 부사수 예비군 윤모씨(25)와 우측 옆 2, 3, 5사로에 있던 박모씨(25), 안모씨(26), 황모씨(23)를 단발 모드에서 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총기 난사로 박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고, 윤씨도 두부 관통상을 당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날 오후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했다. 우측 폐가 손상된 안씨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황씨는 좌측 뺨을 관통당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등 545명은 지난 12일 2박3일 동원훈련에 입소해 이날 2일차 훈련을 받고 있었다. 부대 측은 별도의 영점사격 없이 10발 축소표적 사격훈련을 했다.

주민과 예비군 가족들은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사고 직후 군당국은 부대 출입을 통제했다.

군은 최씨의 휴대폰과 소지품, 군 동기 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집중 조사 중이다. 입소한 예비군 대원 등을 상대로 최씨의 행적 등도 탐문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예비군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예비군 대원은 순직 처리된다”며 “순직보상금으로 1억1386만원이 지급되고 유족이 보훈처에 신청하면 매월 84만여원의 보훈연금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예비군 훈련 도중 다섯 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 원인은 대부분 훈련 중 심폐정지 등이었다. 군 관계자는 “2010년 공군 10전투비행단에서 예비역 중위가 권총 사격을 하다가 자살한 적이 있다”며 “타인의 총기 난사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육군 5사단에서 병장으로 전역한 최씨는 현역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기는 등 특별관리를 받았다. 그는 우울증 치료전력과 게임 중독 증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심병사 출신 예비군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사격 훈련을 해온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탄사격을 하면서 적절한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탓에 이번 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대 측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20개 사로 관리를 아홉 명의 장병에게 맡겼다.

최 씨는 바지 오른쪽 호주머니에 자필로 작성한 유서를 남겼다. 최씨는 유서에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으로 돼 간다”고 썼다. 그는 “GOP (근무할)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쉽고 후회된다”며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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