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연의 소중함

입력 2015-05-17 20:48  

불교에서 말하는 수천 겁(劫)의 인연
개인과 나라 모두 사람을 귀히 여겨야

문희상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나의 일생을 관통하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지본(人之本)’이다. ‘사람이 근본’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휴머니즘이다. 지금껏 만물의 근본이 사람이고, 사람을 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다.

사람 한 명 한 명과의 만남이 더 큰 인맥으로 발전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람들 간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을 때가 많다. 모든 일이 사람들과의 관계와 만남에서 시작되는데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신비스럽다. 사람이 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더불어 살기도 하고, 서로 다투기도 하는 과정은 경이롭다. 범망경(梵網經)이란 불경을 보면 사람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한다. 劫(겁)이라는 시간 단위가 있다. 사방이 40리(약 15.7㎞)나 되는 둘레의 큰 원통에 성경과 불경에서 다 ‘작다’는 표현을 쓰는 겨자씨를 잔뜩 담아서 1년에 하나씩 꺼내 다 없어져야 1겁의 시간이 된다. 영겁이라 하면 거의 무한대의 시간이다. 그 영겁의 첫 시작이 1겁이다.

그 겁이란 시간 단위가 500겁이 되어야 현세에서 소매 깃을 스치는 인연으로 만난다고 한다. 하나의 민족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4000겁, 부부가 되기 위해선 7000겁, 부모와 자식 관계는 8000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1만겁이다. 한 인연이 다른 인연과 연결돼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건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두 각자 살아가는 과정에서 맺는 인연들을 아껴줘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각 구성원 간의 인연이 대승적으로 승화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지역과 세대 간, 계층 간 반목과 갈등이 계속된다면 정말로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일이 돼 버린다.

인연을 중히 여기지 않는 개인의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간에 갈등의 골이 깊은 나라의 운명은 어둡다.

지금 길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 일터에 함께 있는 사람, 동네와 우리 이웃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다. 나만을 생각하기보다 우리 주변에 눈을 돌려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과 나의 인연은 최소 1000겁 이상의 인연일 것이다.

문희상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moonhs@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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