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면세점, 나눠먹기식 사업자 선정은 안돼

입력 2015-05-19 21:10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육성 전략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4년 사이 두 배 커진 시장
서울시내 대기업 2 + 중기 1 사업권 놓고 합종연횡
위치·품목·서비스 수준 등서 쇼핑 매력도 높여야

"면세점을 특혜사업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 있는 사업자를 길러내야 한다"

안승호 <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4년 새 매출 규모가 두 배가량 커진 국내 면세점업계는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면세점은 급속히 침체된 소비시장을 녹여줄 햇볕이 됐고, 그만큼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잡기 위한 신규사업권 쟁탈전이 불을 뿜고 있다. 관세청은 서울에 3곳(대기업2+중기1), 제주에 1곳 시내면세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는 15년 만이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용산을 후보지로 정했다. 독립법인을 세운 신세계는 그룹 상징인 서울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다.

해외 유명 면세점업체를 인수하려던 롯데도 국내 면세사업 확대로 노선을 ?戀杉?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한국패션협회 등도 출사표를 냈다. 결판은 오는 7월에 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황금알’에 정신이 팔려 ‘거위를 잡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점사업은 지속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면세점사업이 왜 필요한가란 질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두 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인이 해외여행 중에 하는 쇼핑의 이익을 고스란히 방문국 업체가 차지하도록 놔두는 대신 국내 면세점을 통해 일부 이익이나마 국내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목적에 충실하려면 내국인의 국내면세점 구매 한도를 정할 때 1인당 해외쇼핑 규모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96년 결정된 400달러의 구매 한도는 작년 600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그동안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고,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보다 구매 한도가 낮다는 점, 주요 면세제품의 국제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높은 수준에서 구매 한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 유통시스템 경쟁력 강화를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품목을 정상적인 국내 소매점에서도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해외 쇼핑 규모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국 면세점 이용 규모는 해당 국가 유통시스템의 효율성과 반비례한다. 이는 한국 방문 시 미국 여행자의 국내 쇼핑 규모가 작은 이유,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면세점 쇼핑에 열을 내는 이유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면세점을 포함한 국내 유통시스템의 경쟁력 강화가 내국인의 해외 면세점 구매를 줄이고 요우커의 국내 쇼핑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길이다. 규제 완화와 경쟁 활성화를 통해 면세점과 정상 유통채널이 상호 경쟁하는 상태가 돼야 한다.

면세점 필요성의 두 번째 근거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의 씀씀이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요우커의 면세점 쇼핑은 잘 알려져 있다. 요우커는 1인당 쇼핑지출액이 1431달러로 미국인(344달러)이나 일본인(340달러) 관광객의 네 배가 넘는 ‘큰손’이다. 이들 요우커 10명 중 6명(61%)이 시내면세점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면세점 최대 고객인 요우커들이 충성도를 보이는 대상은 국가, 지역, 점포가 아닌 ‘국제 명품브랜드’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한계가 드러난다. 한국만의 쇼핑 환경이란 특장점 없이 명품 브랜드의 종류와 가격만 내세우는 전략이 대세를 이룬 결과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 면세점이 더 저렴한 명품 구입 기회를 제공하면 요우커들은 언제든지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나 중국 내 면세점사업 확대에 따라 한국 방문의 성장세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가 이를 반증한다.

규모의 경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국내 면세점 사업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매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명품 구매의 최적지로서 한국이 부각돼야 한다. 쇼핑의 편리성이 핵심 요소다.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의 혼잡함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부가가치세 환불서비스의 불편은 쇼핑 최적지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다. 나눠먹기 식으로 면세점 사업자가 너무 많이 지정돼 해외 명품브랜드 업체와의 협상력이 약화되거나 인천공항의 높은 임차료 부과로 면세점 운영 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다.

한국 면세점이 세계 1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 대만,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각기 세계 최대 시장, 문화적 근접성, 탄탄한 제조업 기반, 세계 최고급 등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해외 명품을 저가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가격 경쟁력을 포함해 쇼핑 장소로서의 다양한 매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브랜드, 먹거리, 즐길거리의 다양성이 특정 쇼핑가의 매력을 높이듯이 면세점의 위치, 점포 성격, 취급 품목, 서비스 수준 등에 다양성을 키워 쇼핑 적지로서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다양성을 늘리기는커녕 줄이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면세점이 중소기업 제품을 일정 부분 이상 취급해야 한다는 정책은 면세점 운영을 동질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면세점사업권 제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포를 차별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악성 규제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차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롯데의 경우 5년간 연 7000억원대의 임차료를 내야 한다. 막대한 투자 규모를 생각한다면 사업권 갱신 기간을 늘리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거위' 죽이는 규제 없애야

시내 면세점의 특색 없는 운영도 그렇다. 이는 고질적인 쇼핑 리베이?문제로 이어진다. 차별점이 없는 면세점들이 가이드 등의 영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나타나는 결과다. 일부에서는 쇼핑 리베이트를 규제하자고 나서는데 이는 문제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다.

면세점사업을 ‘관세와 관련된 특혜사업’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면세점사업은 한국 관광 인프라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다른 분야에서 부가 수익 기회를 창출하며 정상 유통채널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유통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

중국은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조성해 해외 면세점을 찾는 자국민 수요를 잡겠다고 나섰고, 일본도 면세점 확대에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혜를 나눌 대상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 있는 사업자를 길러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안승호 < 숭실대 경영대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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