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삼시세끼'를 벤치마킹하는 까닭

입력 2015-06-03 15:14  

(은정진 정치부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가 정치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라는 홍보전략을 선보였는데요. 삼시세끼에 출연해 현란한 음식솜씨를 뽐낸 영화배우 차승원에게 붙여진 ‘차줌마(차승원+아줌마)’란 별명을 빌려온 겁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차승원처럼 직접 앞치마에 두건을 두르고 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을 선보이며 언론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시세끼에서 시작된 새줌마 전략은 민생과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정당이란 느낌을 살려 새누리당 선거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이런 쇼맨십이 부족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2일 뒤늦게 ‘삼시세끼’와 비슷한 포맷의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벌인 ‘민생총력국회 의원 워크샵’이었는데요.

가나안 농군학교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원입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일하지 않은자 먹지도 마라’라는 다소 험악한 글귀였습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서의 워크샵은 계파끼리 서로 싸우는 정당이 아닌 ‘진짜 일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적극 추천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의원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직접 농사체험에 나섰습니다. 입소식이 끝나자마자 100여명이 넘는 의원들은 파란 점퍼에 밀짚모자를 쓰고 줄을 맞춰 과수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농사는 아직 덜 자란 배를 솎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사다리를 타고 상태가 나쁜 배를 솎아냈습니다. 한 의원은 ‘대학생 때 농촌 봉사활동을 온 느낌이다’라고 껄껄 웃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작업 기술로 발군의 농부 기질을 보여준 의원은 역시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의원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전체 10개 중에서 열매 하나만 남기는데 오늘 배들은 전부 안좋다”며 “큰 열매라도 찌그러진 건 다 따라”고 주변 의원들에게조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배를 따는 와중에도 의원들 입에선 뼈있는 농담이 여럿 들렸습니다. 한 의원은 “단결과 통합을 위해 모인 워크샵에서 가진 첫 행사가 솎아내기냐”며 “앞으로 의원들도 이렇게 솎아내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습니다. 박완주 의원도 “열매가 3개에서 4개 정도 달려있는 건 1차 경선이고 그 중에서 실한 열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잘라내는게 최종경선”이라며 “배를 솎아내보니 마치 여러 경선과정에서 후보들을 떨어트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배를 따던 박지원 의원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은근슬쩍 질타했습니다. 박 의원이 “그렇게 중동에 가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 대통령의 말씀을 젊은이들이 거역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라며 “늘 대통령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하자 폭소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작업이 끝나자 의원들에겐 시원한 배즙이 제공됐습니다. 잠시나마 의정활동을 잊고 ‘자급자족 유기농 삶’을 즐기며 땀흘린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모두 뿌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같은 기운을 이어가기 위해 이틀동안의 워크샵에선 6월 국회 운영기조와 주요 정책 및 입법과제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됐습니다.

삼시세끼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한만큼 먹는다’는 기본적인 삶의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모두 보여준 삼시세끼 패러디가 보여주기식 일회성 쇼로 끝나지 않고 하반기 국회부터는 ‘밥값’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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