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723억 번 美 엘리엇…"주가 띄운 뒤 '먹튀' 나설 듯"

입력 2015-06-04 22:25  

美 헤지펀드 '타깃' 된 삼성물산

삼성물산 지분 7.1% 보유 엘리엇의 '노림수'는
"합병 불공정" 외치며 지분 늘려 3대 주주로
주주 가치 제고 명분 각종 요구 쏟아낼 듯
삼성 "합병 조건 법대로 정한 것…문제없다"



[ 주용석/좌동욱 기자 ]
삼성물산 3대주주로 깜짝 등장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수상한 거래’가 도마에 올랐다. 엘리엇펀드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면서도 합병 결의 후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 사이에선 “국내에 들어왔던 다른 펀드들처럼 문제를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해 빠져나가는 ‘먹튀(먹고 튀는) 펀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 측 지분 낮은 허점 노려

엘리엇은 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전날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또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당초 4.95%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 이후인 지난 3일 2.17%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지분을 늘리는 석연찮은 행보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조건이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합병 발표 후 뒤늦게 주식을 추가 매수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주가를 띄운 뒤 치고 빠지기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지분을 4.95%까지만 보유한 것도 정체가 드러날 수 있는 ‘5%룰’을 피하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5%룰은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5일 내 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통상 2~3년간 해당 기업을 연구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뒤 지분을 매입해 주주권을 행사한다”며 “삼성물산 지분 매입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은 배경으로 우선 저평가 요인을 꼽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만 약 14조원에 달하는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가치는 9조원 정도로 평가됐다”며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 지배력이 낮은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제일모직은 삼성 측 지분이 52%에 달한다. 반면 삼성물산은 최대주주인 삼성SDI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13.99%(보통주 기준)에 불과하다. 이어 국민연금이 9.98%를 갖고 獵? 엘리엇을 제외한 나머지 68.91%는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가 갖고 있다. 헤지펀드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좋은 구조다.

이런 구조를 활용해 2004년에도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입했다가 처분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이날 엘리엇의 공격에 삼성물산 주가는 10.32% 급등했다. 엘리엇은 하루 만에 723억원을 벌었다.

삼성물산, “합병 문제없다”

엘리엇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당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삼성물산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6만9500원에 마감됐다. 주식매수청구가(5만7234원)보다 1만원 이상 높다. 주주 입장에선 굳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과 상당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보다 높다면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엘리엇이 반대하고 나선다고 해도 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다만 32%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연대할 경우 변수는 남아 있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분수령은 다음달 17일 열리는 임시 주총이다. 증권가에선 엘리엇이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각종 요구를 쏟아내며 세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빌미로 최고경영자 면담 요구나 사업구조조정 방안 등을 제안할 수 있다”며 “합병 비율을 높여달라고 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선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까지 남아 삼성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 사항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방법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원하는 수익을 얻으면 팔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합병 과정을 문제 삼아 법적 소송에 나설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며 “문제가 없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용석/좌동욱 기자 hohoboy@han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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