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의 '특위 만능주의'

입력 2015-06-08 20:42  

진명구 정치부 기자 pmgj@hankyung.com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 등을 막기 위해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메르스특위)’ 구성을 의결했다. 메르스특위는 전날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각당 메르스대책위원장이 참석한 ‘4+4 긴급회동’에서 합의한 사항 중 하나다.

여야 지도부가 휴일에 만나 메르스 사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특위를 만들었으나 여론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우왕좌왕한 정부의 ‘늑장대응’과 정치권의 ‘뒷북대응’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다. 메르스특위의 역할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특위가 할 일이 뭐가 있냐”며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특위를 만들어 놓고 정치권에서 명분만 찾는 것 아니냐”고 했다. 메르스가 확산돼 국민이 공포에 떠는 동안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위헌 논란 등으로 ‘헛힘’을 쓴 정치권이 특위라는 ‘면피용 카드'를 내밀었다는 지적도 있다.

메르스특위가 격리 대상자 수용?위한 지원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이미 취하고 있거나 예상되는 조치들이다. 특위가 6월 임시국회에서 할 일이라곤 국회에 계류 중인 감염·재난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19개 중 메르스 관련 법안은 지난 사흘 동안 급하게 발의된 세 개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법안은 감염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에 피해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체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되는 것으로 ‘메르스 여론’에 떠밀려 쉽게 처리하면 안되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특위를 만들어 왔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10개 특위의 월 회의 개최는 1.6회에 불과하다. 이들 특위는 활동비 명목만으로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안팎에서 줄기차게 제기된 ‘특위 무용론’을 일축할 만한 ‘모범’ 특위를 떠올리기도 힘들다. 국민들이 메르스특위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은 이유다.

진명구 정치부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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