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장경제의 적(敵)들

입력 2015-06-14 20:37  

자원배분 왜곡하는 포퓰리즘
불량입법 양산하는 삼류 정치
소득불평등 따른 대립 해소해야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요즘 한국 경제가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엔저(低) 충격으로 수출이 격감하고 있고 가계 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자동차 등 주력 기업의 수익성도 추락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시장경제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경제는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전제로 한다. 소비자는 효용극대화를,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함으로써 시장경제가 원활히 작동하게 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자본주의가 순기능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논리보다는 억지 주장이 판을 치는 양상이다. 포퓰리즘, 불평등, 왜곡된 정치야말로 건전한 시장경제 창달을 저해하는 주범(主犯)이다.

포퓰리즘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 여력이 커져 내수가 진작된다는 논리다.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상은 영세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으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최저임금 인상분은 대부분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제 효과를 정치적으로 부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감세 지상주의도 위험하다. 부자 감세론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통해 성장의 과실이 중·하위 계층에 확산된다는 논리를 편다.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는 성장논리다. 그러나 감세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성장을 끌어올렸다는 실증적 증거는 충분치 않다.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증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소득세율 인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안정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두 차례 대규모 감세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초라했다. 2007년 주택시장 버블, 2008년 금융위기만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감세가 경제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불평등은 또 다른 장애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불평등이 낮을수록 거시경제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성장을 위해 과도한 불평등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건전한 경제학에 해를 끼치는 여러 경향 가운데 가장 유독한 것은 분배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과도한 분배 중시론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분배정책이 사회적·정치적 진보를 견인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나친 불평등은 사회 유대와 신뢰를 약화시켜 성장을 저해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게임의 룰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전제로 하는데 불평등이 심화되면 이를 수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 또한 우려할 대목이다. 분배 문제는 ‘통합과 포용’이냐 ‘대립과 분열’이냐는 사회 정체성의 척도다.

낙후된 정치야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말처럼 경제가 잘못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기 때문이다. 의회민주주의는 ‘1인 1표’를 전제로 하지만 치열한 선거 경쟁은 한국을 ‘1원 1표’ 사회로 변질시켰다.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을 가져오고, 이는 과도한 지대(地代)추구 행위를 촉진해 사회통합과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뉴욕대의 금융위기 연구에 따르면 월가의 거대 은행은 정치권 로비와 선거 지원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보다는 과다 차입과 불공정 대출에 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류 정치’가 왜곡된 자원배분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여야의 몸싸움과 정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이 정치 실종과 불량 입법을 양산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건전한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외부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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