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한국의 경영권 방어 제도

입력 2015-06-24 20:50  

국내 대기업에 대한 적개심에 투기자본까지 극력 옹호하는 야당


이번에는 기업의 자사주 매각까지 규제하겠다는 법안이 등장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 당 소속 의원 10명이 최근 상장회사가 합병과 경영권 방어 등에서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게 막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한경 6월24일자 A1면)는 놀랄 일이다. 이 법안은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원칙적으로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에 지분율대로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직원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 등 10개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으나, 경영권 방어는 빠졌다.

대표발의자인 이 원내대표 측은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주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정안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대로라면 기업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해외 투기펀드 등의 공격을 받아도, 자사주 매각을 통해 외부 우호세력을 ‘백기사’로 만들어 대항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하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그룹을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다. 국내 기업의 방어수단이 취약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방어수단마저 없애 무장해제시킬 판이다. 한국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비판해왔다. 이런 새정치민주연합이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지나친 나머지 한창 분쟁 중인 사안에 대해 해외 투기자본을 옹호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평등주의는 ‘1주=1의결권’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렇지만 OECD나 EU 등은 ‘1주=1의결권’ 원칙은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진작부터 결론을 내렸다. 주주들의 관심부터가 제각각이다. 일반주주는 시세차익이 목적인 데 비해 대주주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와 경영권 유지가 최대 관심사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도 처음엔 경영참여를 내세우다가도 시세차익을 어지간히 챙기면 지체없이 주식을 팔고 떠난다. 소유권과 의결권을 동일한 비율로 가져야 한다는 소위 비례성원칙을 강제적으로 시행할 근거가 없다.

더구나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경영성과를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소유권과 의결권이 분리되는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다. 애플 구글 그리고 버핏의 벅셔해서웨이 등은 주당 의결권이 수십, 수백개를 넘어 심지어 1만개까지 허용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제한없이 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소액주주 의결권은 보호하면서 대주주 의결권은 오히려 멋대로 제약하는 등 심각하게 불공정한 법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법에선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에 대해 3%룰을 적용하는가 하면, 대주주 적격심사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추진되는 등 재산권 침해가 번번이 벌어진다. 소액주주에만 유리한 세계적으로 이상한 주주평등주의다. 주식회사는 사적 계약 자유를 통해 타인 자본을 모아 세워진다. 주식과 주식발행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하물며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국회든 정부든 이래라저래라 하며 간섭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영권 방어 시스템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