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음식영화

입력 2015-07-08 20:4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도쿄 번화가 뒷골목,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밥집에 사연 많은 인생들이 드나든다. 조폭과 게이, 갈 곳 없는 시골처녀, 한물 간 마담… 이들의 허기진 마음을 달래주는 주인장은 얼굴에 칼자국이 있지만 인상이 선한 중년 셰프다. 말수 적은 그의 눈빛과 표정 연기 만큼 이집 음식맛도 남다르다. 마를 갈아 넣은 마밥, 빨간 문어발 비엔나, 노릇노릇한 계란말이의 특별한 미감이 자투리 인생들의 웃음과 눈물에 섞여든다.

일본영화 ‘심야식당’ 얘기다. 스크린 수가 50여개밖에 안 되는데도 3주 만에 1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단골손님들의 말 못할 속사정과 소박하면서도 웅숭깊은 음식 이야기가 어우러져 우리 가슴을 적신다. 2010년 개봉된 일본영화 ‘달팽이 식당’도 비슷한 주제다. 삶의 굴곡을 겪고 고향에 돌아와 식당을 연 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손님들과 하나씩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프랑스 요리에 입이 딱 벌어지는 장면으로는 가브리엘 엑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이 압권이다. 덴마크 해안 마을로 쫓겨온 ‘프랑스 가정부’ 바베트의 마법 같은 요리 솜씨가 펼쳐진다. 신앙심 깊은 마을 사宕欲?주인 자매를 위해 바베트가 12년 만에 마련한 프랑스식 만찬은 금욕과 쾌락의 강물을 넘나드는 황홀한 감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동물과 요리를 접목한 기발한 영화도 생각난다. 2008년 애니메이션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라따뚜이’다. 라따뚜이는 여러 가지 채소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익힌 프랑스 남부의 전통 채소 요리를 말한다. 대담하게도 쥐와 부엌을 결부시킨 이 영화는 절대미각을 가진 생쥐 레미가 요리 견습생의 손을 빌리면서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최근의 미국영화 ‘아메리칸 셰프’와 대만 리안 감독의 ‘음식남녀’, 일본 마니아들을 감동시킨 ‘카모메 식당’도 인기목록이다. 우리에게도 허영만 원작의 ‘식객’이나 김의석 감독의 ‘북경반점’ 등 화제작이 제법 있다. 요즘은 TV에서도 ‘먹방’과 ‘쿡방’이 대세다. 먹는 얘기만큼 많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마침 오늘부터 12일까지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린다. 각국 화제작 30여편을 상영하는데 올해 칸영화제 초청작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가 개막작이다. ‘바베트의 만찬’ ‘담뽀뽀’ 등 고전부터 거장들의 신작까지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뉴욕푸드필름페스티벌이나 도쿄밥영화제처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화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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