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감동이 있는 아름다움

입력 2015-07-19 20:45   수정 2015-07-30 11:17

선거운동 돕기 위해 '아줌마 파마'한 아내
진심 담긴 모습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 있어

정우택 < 새누리당 국회의원 wtc21@naver.com >



어느 날 차를 타고 충북 청주시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오후 6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차창 밖이 환했다. 퇴근하려면 왠지 일을 한참 더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차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자 사람들이 오갔다. 그중 뽀글뽀글한 머리의 일명 ‘아줌마 파마’를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런 헤어 스타일을 보면 꼭 생각나는 여인이 있다.

이제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필자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내는 통사정하며 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정치인 아내로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지 예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사표를 내고 지역구 선거운동을 위해 시골로 내려온 날이었다. 꽤 긴 머리에 청순했던 아내가 갑자기 짧게 머리를 자르고 뽀글뽀글한 ‘아줌마 파마’를 하고 나타났다. 깜짝 놀라 물었더니, 아내가 멋쩍은 듯 대답했다. “시골에서 이제 당신이랑 같이 인사 다녀야 할 것 아니에요. 시골 어머님들과 비슷하게 보이고 싶어서….”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곱게만 살아온 아내였다. 내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자 울고불고 말리던 아내가 선거운동을 도우려 그런 머리를 하고 온 것이었다.

‘아줌마 파마’는 미용실에 갈 비용을 아끼려 뽀글뽀글하게 머리를 말던 어머니들, 농사 지으랴 식구 챙기랴 자신을 가꾸는 것은 뒷전인 시골 아낙네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기 위해 아내 나름대로 내린 큰 결심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머리 모양이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아줌마 파마’로 보였겠지만, 나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머리였다.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아름다운 것’이라 하면 시각적인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순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오래도록 기억나는 감동이 있는 아름다움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한껏 멋을 낸 미남보다 노인의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수수한 차림의 청년이 더 아름답게 기억된다. 미의 여신 비너스의 조각상보다 우리네 어머니의 두 손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정우택 < 새누리당 국회의원 wtc2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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