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에 발목 잡힌 '조선 빅3'…1년반 만에 7조5000억 적자

입력 2015-07-29 18:33  

대우조선해양, 3조318억원 손실 한꺼번에 반영
삼성중공업, 1조5481억원 적자…시장 예상보다 커
현대중공업, 7분기 연속 적자…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 도병욱 기자 ]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2분기에 4조750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그동안 발생한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결과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과거에) 반영하지 않은 손실이 있다면 2분기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고, 삼성중공업 역시 해양플랜트 사업의 원가를 일제히 재점검해 이를 2분기 실적에 포함시켰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조선 빅3는 7조5000억원대의 손실을 냈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손실 커져

대우조선은 지난해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빅3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대우조선은 당시 원가 절감과 기술개발을 통해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 5월 정 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다른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큰 부실을 냈쨉?우리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영할 손실 규모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일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조(兆) 단위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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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은 29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송가 리그 프로젝트’와 같은 미경험 해양 프로젝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공정 지연 등이 발생해 투입원가가 증가하고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0년 이후 해양 프로젝트가 대형화, 고사양화, 고난도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턴키(설계·시공 일괄계약)로 수주했다”며 “발주사와 건조사 모두 경험한 적이 없는 혼란을 겪다보니 건조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은 2011~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노르웨이 송가오프쇼어로부터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4척을 약 2조4000억원(척당 6000억원)에 수주했지만 건조비용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 충당금을 5000억원 쌓았지만 1년 만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조선업계 안팎에서 삼성중공업이 1조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봤지만 손실 규모는 예상보다 5000억원 이상 커졌다. 해양플랜트 사업 수익성을 전면 재점검한 결과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 프로젝트 경험 및 역량 부족으로 추가 공정 지연이 발생했고, 그 결과 손실 폭이 더 커졌다”며 “생산 초기 단계거나 생산 착수 전인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모든 리스크를 도출해 반영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지연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매출도 1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우조선은 63.1%, 삼성중공업은 44.8% 감소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공사 진행 정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해 매출 반영 수준을 낮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3조249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35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1분기 1924억원에 이어 2분기에 171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반잠수식 시추선 등의 인도가 지연돼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해양플랜트 현장 설치비용이 예상보다 더 많이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이익 내기 어려워

조선 빅3는 하반기 이후에는 대규모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 영업이익률이 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간 수주 목표도 당초 13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향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임원 수를 감축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비효율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발생 가능한 손실을 대부분 반영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적자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사업이 상선 건조에 비해 복잡하고 원가 계산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선 3사에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은 50%가 넘는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조선업계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해양플랜트 시장의 위축 및 손실, 현금흐름 악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하반기는 회사의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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