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비용' 줄인다더니…먼지만 쌓인 국회 영상회의실

입력 2015-07-29 19:18  

툭하면 공무원 호출…기재위, 영상회의실 1년 이용 '0건'
상임위 전체회의는 전무…오죽하면 "이용 땐 포상"
2013년 첫 도입, 3기 설치…1기당 월 2.5회 이용 그쳐
다음달 또 1기 추가 설치…대면보고 선호 문화 바꿔야



[ 이정호 / 박종필 기자 ]
국회에 설치한 입법·행정부 간 원격 대화채널인 영상회의 시스템의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영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가 2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영상회의 시스템 2기와 지난 3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설치한 영상회의 시스템 1기 등 3기의 이용 실적은 50회였다. 기당 이용 실적은 월평균 약 2.5회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이용 실적은 각 상임위 전문위원실에서 42회, 예산정책처 등 국회 소속기관이 8회였다. 세종시에 내려간 부처의 장·차관과 실·국장의 불필요한 출장을 騙殮?위해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 수 있는 대형 영상회의실까지 마련했지만 영상을 이용한 전체회의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는 영상회의 시스템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이용 실적을 부서 업무평가와 훈·포장 심사에 반영하고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는 ‘고육책’까지 내놨다. 다음달에는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회 의원회관에 추가로 영상회의 시스템 1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국회와 세종시 행정부처 간 원격 화상회의가 가능한 영상회의 시스템 이용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대면보고를 중시하는 국회 특유의 회의문화 때문이라고 국회 관계자는 분석했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 국회에 첨단 장비까지 설치해놓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장·차관과 담당 공무원들을 여의도로 호출하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구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2013년 8월 처음으로 기획재정위원회에 영상회의 장비를 도입했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국회 출장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이상홍 국회 입법정보화담당관실 사무관은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 시범 설치했지만 사용한 적도 없고 다른 상임위에서 가져다 쓰기도 불편했다”며 “작년 8월 정의화 국회의장 지시로 기재위에 있던 장비를 옮겨 모든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영상회의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각 상임위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대형 영상회의실과 상임위 전문위원 등 소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소형 영상회의실을 설치했지만 대부분 화상회의는 상임위 입법조사관들이 자료조사를 위해 세종시에 있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의를 하는 데 그쳤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장·차관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정작 임시국회가 열리는 2, 4, 6월 등 짝수 달에는 화상회의 사용 실적이 뜸하다”며 “국회의원들이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 직접 대면해서 보고받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는 간단한 업무 조율을 위해 세종시 공무원들은 4~5시간을 길에서 버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일 세종시에 입주해 있는 과장급 공무원 1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출장 사유로 40.5%가 국회 업무 때문이라고 답했다.

▶본지 7월8일자 A1, 4면 참조

국회는 9월 정기국회 개원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음달 말까지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의원회관에 의원과 보좌진을 위한 영상회의실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영상회의실이 설치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도 원하는 답변이나 자료를 얻기 힘든데 화상회의를 하면 형식적인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불러서 다시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3년 화상회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의원들 사이에선 모든 회의를 영상으로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국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관계인데 화상회의를 하면 정부가 국회를 느슨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호/박종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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