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 전승절

입력 2015-07-30 18:05   수정 2015-07-31 06:28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침공을 받은 유럽 주요국들은 5월8일을 전승일로 기념한다. 독일이 무조건 항복한 날이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9일을 전승절로 삼는다. 일본 패전과 관련한 전승일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영국은 일본이 국민에게 항복을 공표한 8월15일을 기념한다. 우리의 광복절도 이날이다. 미국은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9월2일, 중국과 러시아는 9월3일을 기린다.

중국이 올해 70주년 전승절에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2차대전과 항일전쟁 때 중국군의 공헌을 부각시키고 전후 핵심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과시할 방침이다. 신무기도 대거 공개한다. 그러나 참석의사를 밝힌 나라는 러시아와 몽골뿐이다.

중국군은 6·25 때 우리 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 젊은이들을 죽인 침략자다. 중국은 지금도 6·25를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을 소위 전승절이라 해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 중국의 2차대전 승리도 옹색하다. 연합군 편에서 일본과 싸워 이긴 중국군 주체는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의 팔로군이 아니라, 장제스의 중화민국 군대였다. 일본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것도 장제스 정부였다. 국공합작 후 공산당이 장제스를 대만으로 내쫓고 대륙을 차지하면서 승전 공과를 빼앗은 것이다.

서방 지도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 무렵 방중하지만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미국 등 승전국도 대부분 불참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처럼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뜻밖에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외교에서는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중 FTA 등 눈앞의 실리를 얻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교라는 저울은 한쪽 눈금만 재는 게 아니다. 메르스를 이유로 방미(訪美) 정상회담까지 취소하고 하필 전승절에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는 가입하고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한국 배치에는 미적대는 상황에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친중반일(親中反日)에 친중반미(親中反美)까지 겹치는 그림은 위태롭다. 러시아 전승절에 대통령 참석을 한때 검토했던 우리 외교당국의 판단력을 보면 우려가 더 커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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