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국산 헬기, 내수 늘려야 수출길 뚫는다

입력 2015-07-31 18:13  

"1조3000억원 들여 개발한 군헬기
공공부문 포함한 민간 활용 늘려야
방산기술 기반한 창조경제 이룰 것"

이덕주 <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 >



한국과 헬리콥터의 인연은 깊고 오래됐다. 1940년 미국 시콜스키사에 의해 헬기 시대가 열렸다면 헬기의 유용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6·25전쟁을 통해서였다. 산악 지형에서 병력수송과 의무후송임무 활동이 탁월하게 입증됐고 6·25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미국의 1970년대 인기드라마 ‘매쉬(MASH)’에서도 이동군병원에서의 헬기 활약상이 휴먼 스토리로 잘 나타났다.

지난해 5월에는 국책사업으로 최초 개발된 수리온 헬기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군 실전 배치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의 군 헬기 보유대수가 세계 5위 수준인 데 비하면 국산 헬기 개발은 때늦은 감도 든다. 그러나 군이 그 당시 외국산 헬기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술로 헬기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의지와 안목은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수리온은 2006년부터 6년여에 걸쳐 국가연구소, 중소 부품업체, 항공기 완성업체 및 학계가 뭉쳐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됐다 .

군은 전략도 중요하지만 산업발전도 중鄂求鳴?생각했고 이와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군에서 직접 국내 산업체, 국가연구소와 학교시설을 일일이 방문해 기술수준을 확인한 뒤 헬기 개발을 시작했다. 공청회에서 나온 외국 기종의 부품 단종, 고가 및 공급 지연에 따라 군 작전운용상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발언은 아직도 생생하다. 올해는 수리온 기종으로 의무후송항공대도 창설돼 군뿐 아니라 의무시설이 낙후된 전방 및 도서지역 의료와 재난의료에도 군이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군 헬기산업을 바탕으로 한 헬기 수출을 준비할 때다. 군 헬기는 물론 다른 국가의 산림, 소방, 경찰, 해경 등 공공기관으로의 수출을 추진할 수 있다. 기술과 운영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 헬기와 경쟁해야 한다. 올초 미국 헬리콥터학회(AHS)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이사회에서 이제는 군용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포함한 민간부문이 헬기 발전의 방향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열린 셈이다. 수리온은 유럽기술의 도움을 얻어 개발했고, 우리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및 디지털 기술을 합쳐 만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최신예 헬기다. 백두산도 넘는 강력한 엔진 파워를 자랑하는 수리온은 알래스카 현지의 극한 비행한계 테스트로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개발 초기 ‘한국의 중공업을 항공산업으로 완성하자’는 야심찬 공무원의 열정이 눈에 선하다.

수리온이 국내 공공기관 헬기로서 국가 재난 등에도 사용될 때, 개발을 통해 축적한 소중한 기술과 노하우가 단발성으로 사장되지 않고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국내 헬기산업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것이다. 한국인 체형 데이터를 적용했고 자동비행제어도 최첨단이며 한국지형에 매우 적합한 수리온을 정부 공공기관에서 적극 사용하고 알릴 때 제2의 헬기 황금시대를 한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범부처 협력의 공동개발 정신으로 공동 정비와 운영의 안전성을 높이고 공동조달 계획을 세워 규모의 경제를 살려야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격무에 시달리는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에 대한 품격 높은 정기적인 신체 및 스트레스 검사도 필요하다. 여기에 조종사의 집중도를 높이는 훈련에도 신경을 써서 안전하게 운영할 때 국민의 세금으로 확보한 헬기 기술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방산(防産)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보여줄 최적기다.

이덕주 <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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