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노동개혁 나선 핀란드] 핀란드, 기업인 출신 총리의 승부수…'고임금-낮은 생산성' 수술

입력 2015-08-03 18:08  

무너지는 핀란드 경제
노키아 몰락 후 침체 지속
실업률 5개월째 두자릿수

그리스와 다른 독한 처방
노동비용 줄여야 경제 회복
獨 수준 원가경쟁력 확보



[ 이심기 기자 ]
핀란드의 기준금리는 2012년 6월 연 1.0%에서 0.75%로 떨어진 이후 3년 넘게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연 0.05%로 사실상 제로금리다. 유로화에 묶여 환율변동을 통한 ‘경기자동조정’ 기능을 상실한 핀란드로서는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쓴 것이다.

○‘싱글 이코노미’의 비극

0%대 금리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핀란드 중앙은행은 올해도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점쳤다. 실업률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10%를 넘어섰다.

뉴욕타임스는 핀란드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노키아의 몰락을 꼽았다. 한때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였던 노키아는 본업인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지만 구조조정으로 수천명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원자재와 부품업체 등 공급망도 붕괴됐다.

2000년 핀促?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던 노키아의 비중은 2013년 0.5%로 추락한 이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키아와 정보기술(IT)산업에 의존해온 ‘싱글 이코노미’의 영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내부 평가절하’ 카드 꺼내

이런 상황에서 4월 취임한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가 꺼내든 카드는 ‘내부 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다. 최대 교역국인 독일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2019년까지 5% 낮추는 게 목표다. 그는 “과거에는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핀란드 노동비용은 19개 유로존 국가 중 7위로 최대 수출국인 독일(9위)보다 높다. 평균임금은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에 이어 3위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유로존 국가 중 10위로 그리스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수출 경쟁력 저하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났다.

시필레 총리의 계획은 노동비용 감소를 통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안시 란탈라 핀란드 악티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비용 축소가 핀란드 경제회복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첫 번째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난의 ‘유로화 원죄론’ 반박

시필레 총리는 핀란드 경제난의 원인으로 ‘유로화 원죄론’을 주장한 노벨경제剋?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핀란드 경제난의 원인은 다른 유로존 국가와의 경쟁력 격차 때문”이라며 “유로화를 계속 사용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그는 구제금융 제공과 부채 탕감이라는 그리스 사태 해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필레 총리가 그리스에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필레 총리는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다. 1994년 휴대폰 부품업체 솔라트라를 인수한 뒤 이를 되팔아 백만장자에 올랐으며, 1998년에는 투자회사와 IT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총선에서 2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한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핀란드 최대 노조인 SAK에 노동비용 축소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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