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보존하면서 개발도 가능하게…문화재 주변 '족쇄' 풀린다

입력 2015-08-06 18:22  

문화재청, 보호 기준 재조정

문화재 인근 높이제한 등 일괄 규제서 유형별로 기준 적용
양양 오산리 유적 등 개발 '숨통'…경희궁·영랑생가는 보존지역 확대



[ 박상익 기자 ] 강원 양양군 손양면의 오산해수욕장은 여름 성수기인데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해수욕장 주변에 식당이나 민박집이 없어 불편해서다. 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4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사적 제394호 양양 오산리 유적이 불편함의 원인이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에서 반경 500m 이내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어서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없거나 짓더라도 높이 제한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앞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 기준을 재조정해 문화재의 특성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조망성만 고려해 고도를 제한했다. 그러나 개선한 기준은 문화재를 궁궐 사찰 선사유적 민속마을 등 26개 유형으로 구분해 장소성 왜소화 조망성 마루선 일체성 등 다섯 가지 판단 요소를 선별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선사유적은 옛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는 장소성과 수렵·채취 공간의 보호라는 일세봉?적용한다. 선사유적은 대부분 지표면이나 지하에서 발견되므로 주변 환경의 높이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오산리 유적은 1977년 쌍호라는 호수를 메워 농지를 조성하려다 발견했다. 1981~1987년 서울대 박물관의 발굴조사로 신석기시대 주거지임을 밝혀냈고 1997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가 됐다. 오산해수욕장은 문화재 인접 지역이어서 높이 제한 때문에 11m 이상의 호텔 리조트를 짓기 어려웠다.


오산리 유적 주변에 새 기준을 적용하면 문화재 및 문화재 보호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는 높이 규제가 없어진다. 유적과 바다 사이 일부 지역은 옛사람들이 어로활동을 했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개발할 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청과 양양군청은 해수욕장을 비롯해 오산리 일대가 규제에서 벗어나면 호텔 리조트 식당 등 관광 편의시설이 들어서 관광객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 영동에 있는 ‘영동 소석 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32호)도 기존의 반경 500m 규제에서 벗어나 조망성 왜소화 장소성을 적용해 반경 300m까지만 높이 규제를 적용받는다. 경북 의성 탑리5층석탑(국보 제77호)도 이전에는 앞뒤는 물론 측면까지 높이를 규제했으나 조망과 관계가 적은 측면 지역은 높이 제한을 해소했다.

문화재청이 “개발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조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기준을 재조정한 것은 문화재 보존과 국민의 재산권 행사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을 찾기 위해서다. 새 기준에 따라 각종 제한을 시범 조정한 30곳 중 서울 경희궁지는 원래 지형을 보존해야 하는 곳이 2만4777㎡에서 4만3485㎡로, 전남 강진 영랑생가는 6만2090㎡에서 15만3838㎡로 오히려 늘었다.

문화재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500여곳에 대해 내년까지 새로운 기준에 따른 조정을 마칠 계획이다. 이유범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현상변경 허용기준 재조정은 문화재 주변을 개발할 때 적용하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사유재산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하면서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양=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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