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무지가 만들어 낸, 큰 손실들

입력 2015-08-10 18:59  

해양구조물, 키코, 자원개발…
모두 무지와 편견이 초래한 결과
한경 꼼꼼히 읽었다면 피했을 것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아는 것이 힘’이라는 슬로건이 있었지만 어느 때고 지식 없는 진보와 발전이 있었겠는가. 기업이나 국가는 더욱 그럴 것이다. 알고 보면 어떤 경쟁이든 지식의 총량을 겨루는 것이다. 무식하면 곧 퇴보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국내 조선산업이 작금의 파탄적 상태에 직면한 것도 지식의 부재가 초래한 결과다. 해양구조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보고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셰일가스가 만들어내는 에너지 혁명의 실체를 몰랐기에 이다지도 괴멸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기업의 지식으로 전환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50만배럴에서 448만배럴로 껑충 뛰면서 플랜트 발주량이 370만에서 30만으로 급감한 것이 결국 10조원이 넘는 적자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셰일혁명 경고론은 정치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극소수 선구자들이 울렸던 변방의 나팔소리였을 뿐이다. 정유나 유화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거듭되는 경고를 국내 업체들은 한 귀로 흘려들었다. 한경을 열심히 보았더라면….

에너지 문제는 의외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중동을 알지 못하면 50년 싱가포르의 내일도 알 수 없다. 태평양의 군사적 갈등도 그 원인을 알 수 없고, 개도국 국부의 대폭적인 삭감과 강한 달러로의 역사적 전환도 알지 못한다. 북태평양의 셰일가스 항로를 알지 못하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경은 2011년부터 에너지 시장 판도가 흔들린다는 등의 기사와 사설을 정말 부지런히 써왔다. 한경만 열심히 읽었더라면 최소화할 수 있었던 손실을 회사의 존망이 걸린 10조원 손실로까지 키운 것은 역시 무지의 결과였다.

대기업 피해 1조원, 중소기업 손실 2조4000억원에 달했던 키코 사태는 말 그대로 무지의 대참사였다. 당시 고(故) 노무현 대통령부터가 무지를 선동했고 국민들은 그것에 감염돼 달러 가치의 괴멸적 붕괴에 알토란 같은 돈을 걸었다. 대통령부터가 미국의 몰락을 예언했고 여기에 기업들까지 가세했다. 달러 가치는 무조건 하락하고 원화는 곧 900원을 깨고 800원대의 초강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다걸기에 미쳐 갔던 것이다. 금융회사들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500여개 피해 기업의 무지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한경을 꾸준히 읽었다면 당연히 피할 수 있었던 피해였다. 때늦게 피해 기업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복잡한 심사였던 당시의 기억이 새롭다. ‘미국 경제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달러 강세가 돌아온다’ 등의 기사와 칼럼이 한경의 지면을 장식했던 추억 말이다.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사업이나 녹색성장론도 지식 부족이 만들어낸 어리석은 선택의 본보기다. 에너지 정세에 대한 무지였고 환경종말론이라는 좌익 이데올로기 때문이었다. 2008년 이후 자원개발 적자만도 12조8603억원, 2019년까지는 다시 14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도 충분히 전략적일 수 있었다. 아쉽지만 자원 고갈이라는 오도된 관념 탓에, 그리고 좌편향 이념에 매달린 탓에 도리가 없었다. 외국 컨설팅사의 제안에서 출발했다는 소위 녹색성장론도 태양광, 풍력 등에서 거대한 손실을 쌓았다. 정부도 수조원씩 쏟아 부었다. 정부의 말만 믿고 뛰어든 사업가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적은 보조금을 원망하며 더 많은 보조금을 탄원하고 있지 않겠는가. 에 대한 과잉 집착과 무지가 만들어낸 소동은 결국 돈으로 메꾸고 있다.

구독하는 신문을 끊는 것을 원가절감의 출발인 줄 아는 것이 한국 기업의 풍토다. 더구나 정치 가십에 매몰돼 진짜 지식에는 귀를 닫고 있다. 이런 지식으로는 절대 일류 기업이, 그리고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대체 어떤 고급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기업들은 언제나 비밀스런 정보를 찾지만 그 시간에 한경을 읽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모두가 눈뜬 장님이 되고 있을 따름이다. 무지의 손실은 과연 누구 책임인가.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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