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기업이 물건 달라 아우성…대기업 앞에서도 당당합니다"
성진포머-자동차 부품 공정 개선…원가 60% 절감
삼강엠앤티-해양플랜트 기술 '조선 빅3' 수준
하이록코리아-밸브 등 선박 부품 자체 기술보증
고영테크놀러지-세계 첫 3차원 부품 검사장비 개발
[ 안재광/김낙훈 기자 ]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부품업체들이 중소제조업체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사의 전통적 ‘갑을관계’를 협상이 아닌 기술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기업 중소기업 간 관계를 다루는 경제부처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 대기업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진포머가 모범사례”라고 소개했다. 자동차의 잠김방지제동장치(ABS)에 들어가는 부품(솔시트)을 생산하는 성진포머의 손석현 사장은 얼마 전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했다. 손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물건을 달라고 해 단가 인하 압력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며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면 협력사라 해도 ‘을’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진포머 외에 관이음쇠(피팅)와 밸브를 만드는 하이록코리아(회장 문영훈), 선박용 블록제조업체 삼강엠앤티(사장 송무석) 등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갑을관계는 기업 규모가 아니라 기술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기술력으로 전통적 ‘을(乙)’의 위치를 극복한 부품회사들은 해당 영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대체가 쉽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것이 공통점이다. 일부 기업은 해외에서도 찾아와 납품을 부탁하기도 한다. 단가 인하 압력 등은 이들 기업에 먹히지 않기 때문에 이익률도 높다.
대기업이 찾아오게 하다
성진포머는 완성차 부품업체에 납품하는 2차 협력사지만 작년 매출 581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의 실적을 냈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부품업체보다 높은 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좋은 부품을 값싸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 부품은 손톱 크기로 정밀 가공을 다섯 번 거쳐야 한다. 성진포머는 이 공정을 한 대의 기계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 시간은 97% 줄이고, 원가는 약 60% 낮췄다. ‘정밀 부품을 싼값에 대량으로 만드는 강소기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에서도 이 회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국내 30곳, 해외 53개사에 부품을 공급 중이다. 이 회사가 대기업의 단가 인하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조선 기자재 업체 삼강엠앤티에도 작년부터 일본 조선사 관계자들이 거의 매일 찾아오고 있다. 최근 엔저 때문에 일본 조선사에 일감이 몰리고 있는데 블록 등을 제조할 수 있는 협력사가 현지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삼강엠앤티는 IHI, JGC 등 일본 조선사로부터 올해 7월까지 5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강관 회사였던 삼강엠앤티는 2009년 조선 및 플랜트산업에 진출했다. 국내 조선사들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중소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등 ‘틈새시장’을 뚫으러 다녔다. 해양플랜트 하부 구조물인 ‘재킷’, 해저 기름과 가스를 생산 시스템에 공급하는 ‘터릿’ 등을 생산해 싱가포르 업체들이 과점한 시장을 조금씩 빼앗아오기 시작했다. 송무석 사장은 “FPSO 블록을 납품할 수 있는 조선사는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를 빼곤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들다
대형 조선사들의 부진에도 관이음쇠(피팅)와 밸브를 만드는 하이록코리아는 지난 2분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다. 매출은 57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6% 늘었고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약 27%에 달했다.
선주들이 배를 살 때 피팅이나 밸브 등 부품에 대해 조선업체들이 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회사는 기술보증을 직접 한다. 기술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는 하이록코리아 제품이 조금 비싸도 기술력을 믿고 제품을 사다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거래회사가 조선과 해양 및 육상플랜트 등 넓게 퍼져 있어 단가협상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는 ?증권업계의 평가다.
‘3차원 납땜 검사장비’와 ‘3차원 전자부품검사장비’ 업체 고영테크놀러지는 독일 지멘스 등 1500개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3차원 납땜 검사장비를, 2012년에는 3차원(3D) 전자부품검사장비를 내놨다. 다른 회사들은 2차원 장비가 주력일 때였다.
고광일 사장은 “독일, 일본이 추격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글로벌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표준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보라 고영테크놀러지 팀장은 “전자부품 검사장비의 경우 우리는 3차원 제품인데 경쟁사는 아직 2차원 제품이어서 경쟁사 제품 대비 50~100% 비싸다”며 “이런 가격 차이를 바이어들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가격으로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재광/김낙훈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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