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후통첩 게임'과 공정한 사회

입력 2015-08-24 18:28  

불공정한 대우에 분노하는 인간본성 증명한 심리실험
계급과 특권의식 굴레 벗은 공정한 사회 구축 달성해야

강영호 < 특허법원장 kang@scourt.go.kr >



‘최후통첩 게임’은 1982년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가 고안한 이론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게임은 2인 1조로 이뤄지지만 서로 상대방이 누군지 모른다. 게임 진행자가 참가자들에게 10만원을 주면서 돈을 분배하라고 한다. 한 참가자가 돈을 어떻게 나눌지 제안하면, 다른 참가자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만약 제안을 받은 자가 ‘거절’을 선택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수용’을 선택하면 제안에 따른 돈을 받을 수 있다.

이 게임은 분배 액수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기 위한 실험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 자신의 몫이 3만원 이하일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안 받겠다”고 결정한다. 자신도 받지 못하지만, 상대방이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론경제학자들이 가정하고 있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용만 하면 3만원이 생기는데도 그 이득을 거절하는 까닭을 해설할 수 없으니까.

이 실험결과를 토대로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 교수인 조너선 코언은 ‘신경경제학’ 분야를 개척했다. 코언에 따르면 인간이 불공정한 상황에 직면하면 대뇌 안쪽에 있는 뇌섬이 강한 분노 반응을 만들어 내고, 그 순간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불공정에 맞선 행동을 한다. 물질적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어 한다. 이건 ‘합리성’이 아닌 ‘감정’의 문제다.

인간은 누구나 공정하게 대우받길 원한다. 그래서 헌법 제11조에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돈을 버는 건 중요하지만 그걸 공정하게 버는 건 더욱 중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경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지금 이 사회가 ‘갑(甲)질 논란’과 고위직 자녀의 취업특혜 때문에 시끄러운 이유는 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 쌓이면 사회의 안정을 해치게 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강영호 < 특허법원장 kang@scour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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